김기태 LG 감독 “착한 선수 필요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4일 16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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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이 감동의 눈물 흘릴 수 있게 노력할 것"

"선수는 유니폼 벗고 바깥에서 착하면 됩니다.

그라운드에서 유니폼을 입은 순간만큼은 냉정하고 자신과 타협해서는 안 됩니다."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새 사령탑에 앉은 김기태(42) 감독의 어조는 강렬했다.

김 감독은 1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내년 시즌 후에는 감동의 눈물을 드리겠다"면서 "LG 팬들이 보셨을 때 '정말 LG가 달라졌구나'를 실감할 수 있도록 체질을 바꾸겠다"고 단호하게 밝혔다.

희생과 배려, 예의를 강조한 김 감독은 "그라운드에서 결정을 내리는 순간만 내가 감독이지 그 이외에는 큰 형이자 삼촌 같은 선배로 선수들을 잘 다독여가겠다"며강온 양면책으로 위기에 빠진 LG를 구해내겠다고 말했다.

백순길 LG 단장은 "김 감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 감독 수락의 선결조건이었던 프런트의 선수단 불간섭 원칙만큼은 끝까지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다음은 김 감독과의 일문일답

-취임 소감은.

"팀이 어려울 때 중요한 보직 맡게 돼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 나를 인정해 준 구단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모든 팬에게 감동의 눈물을 드려야 하는데 걱정이 많다. 하지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해 LG 팬들은 물론 내게 기대를 건모든 이들에게 즐거움을 드릴 수 있도록 여러 방법을 모색 중이다. 내년에는 감동의눈물을 흘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등번호로 91번을 택했다.

"코치 때 71번 달았는데 91번으로 바꾼 데는 큰 의미가 있다. 선수로 프로야구에 데뷔하던 해가 바로 1991년이었다. 감독으로서도 처음 프로 선수가 됐을 때 신인의 마음을 되새기고자 번호를 바꿨다. 1991년은 큰 목표를 세우고 시작했던 해이다. 지금도 떨리지만 당시가 더 떨렸던 것 같다."

-어떤 야구를 펼칠 예정인가. 팀 체질을 바꾼다면 어떤 쪽에 역점을 둘 예정인가.

"내가 타자 출신이기 때문에 팬들은 호쾌한 야구를 바라실 텐데 사실 우려 반 기대 반인 것으로 안다. 1991년부터 2005년까지 선수로 뛰면서 많은 공부를 했다. 난 '완벽한 야구'를 하고 싶다. 스타일을 떠나 공·수·주·투수 운용 등에서 선수 개개인의 심리까지도 파악해 완벽하게 팀을 운영하고 싶다. 퍼즐을 맞추듯 필요한 선수를 적재적소에 쓸 수 있도록 선수들의 실력과 마음을 조화로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또 팬들에게 굉장히 멋있다는 얘기들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난 젊다. 임기 동안 감독으로서 결정해야 할 때는 빼놓고 선수들을 돕는 스태프의 일원으로서, 가족이라는 생각으로 팀을 이끌어가겠다."

-코치진은 어떻게 꾸리나.

"수석코치에는 조계현 코치를 영입했다. 구단에서 코치진 구성에 전권을 줬는데 기존 코치들은 보직 변동만 있을 것이다. 조 수석코치와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타격 코치와 수비 코치로 좋은 기(氣)를 주고받았기에 믿어보기로 했다.(웃음) 투수코치는 차명석 코치다. 1년 반 동안 2군 감독을 맡았을 때 차 코치가 투수 운영에 도움을 줬고 1군에서도 가장 잘 호흡 맞출 수 있다고 생각했다. 타격코치와 2군 감독은 경험 많은 분으로 모셔오려고 심사숙고 중이다. 타격 쪽에는 일본인 코치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다. 수비코치는 유지현, 작전·주루 코치는 송구홍, 외야 수비 코치는 김인호 코치가 맡는다.

-올해 LG의 문제점과 극복 방안은.

"그라운드에서 어떻게 상대팀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느냐가 좋은 성적을 올리기 위한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다. 투수든 야수든 후보든 벤치에 앉아 있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아웃카운트를 쉽게 버린다든지, 1초라도 헛되이 버리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선수들과 많은 대화를 통해 상대의 약점을 파악해서 팀의 상승 요인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야구에서 이름은 중요하지 않다."

-레다메스 리즈, 벤저민 주키치 등 외국인 투수의 재계약 여부는.

"지금 차 코치가 일본 미야자키 교육리그에 가 있다. 구단에서 새 외국인 투수를 데려올지 모르겠으나 일단 올해 좋은 성적을 남긴 두 선수를 높게 보고 있다."

-내년 목표는.

"LG에는 개인적인 목표만 있었지 선수를 이끌어가는 목표는 없었던 것 같다. 몇 위를 하겠다고 말하지 않겠다. 팬이나 언론이나 누구나 그 목표를 알고 있다. 선수들에게 목표를 물으시고 나는 그 구상을 만들어가도록 하겠다. 아쉬움과 슬픔의 눈물보다는 감동과 기쁨의 눈물을 드리도록 하겠다."

-팀의 약점을 어떻게 바꿀 계획인가.

"나는 우리 팀을 사랑한다. 선수들도 굉장히 착하다. 하지만 프로야구 선수라면 바깥에서 착하면 된다. 유니폼 입었을 때는 냉정하고 자신을 다스릴 줄 아는 선수가 돼야 한다. 그렇게 되게끔 선수들을 교육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강한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자신과 타협하지 않는 선수로 만들도록 하겠다. 다만 내 욕심과 목표를 향해 선수를 따라오게끔 하지는 않을 것이다. 목표가 있으면 왜 거기를 가야하는지를 설득하겠다. 비활동 기간(12월1일~1월 중순)에는 훈련을 하지 않겠다. 그 기간이 중요한데 쉬고 싶은 선수는 쉬도록, 본인들이 알아서 훈련하도록 할 참이다."

-요미우리와 한신 등 일본 명문 구단에서 코치로 활약했다. 배운 점이 있다면.

"희생과 배려가 필요하다. 또 야구에 대한 예의가 필요하다. 장비와 유니폼 등하찮게 넘어갔던 것, 팀 로고에 대한 예의를 중시하면 다시 한번 자신을 생각하게 된다. 상과 벌은 엄격하게 구분해 행할 것이다. 좋은 형과 삼촌이 됐다가도 때로는 정말 냉정한 내과의사·신경외과 의사로도 변신할 예정이다."

-유망주는 어떻게 육성할 예정인가.

"아파트를 분양받아 내가 외국에 나가 있어도 그 집은 내 집이다. 하지만 프로야구 9개 포지션에는 주인이 없다. 실력이 있는 자가 주인이고 백지상태에서 출발해주전을 정하는 식으로 유망주를 키워가겠다."

-전력을 보강할 대책이 있나.

"마무리를 필두로 승리계투조를 확실하게 완성하겠다. 전력 보강을 해서라도 7회-8회-9회를 확실하게 책임질 수 있는 투수가 필요하다. 체력훈련에 비중을 두고 빠른 야구, 수비와 주루가 강한 야구를 펼치겠다. "

-팬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걱정하는 팬도, 기대하는 팬도 많다. 감독직을 수락할 때부터 이 정도도 못 이겨낼 정도였으면 시작도 안 했다. LG를 사랑하는 모든 팬들에게 팀이 많이 변했다는 걸 보여 드리고 싶다. 야구를 해오면서 정직하게 살아왔다. 떳떳하게 도전하고 기쁨을 함께 누리고 싶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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