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신’으로 불리는 김성근 감독은 SK 사령탑 시절 4월 승률을 강조했다. 초반에 페이스를 끌어올려둬야 마치 종잣돈처럼 전체 시즌 운용에 숨통을 틀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SK 지휘봉을 잡은 2007년부터 올해까지 5년 연속 4월 승률 1위를 기록하며 한국시리즈 우승 3회, 준우승 1회의 눈부신 성적을 거뒀다.
13일 개막하는 올 시즌 프로농구에서도 김 감독의 지론은 그대로 적용될 만하다. 1라운드 9경기에서 어떤 성적을 내느냐에 따라 전체 판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시즌 하위권에 처졌다 돌풍의 핵으로 떠오른 인삼공사, 오리온스, SK에 첫 단추는 중요하기만 하다.
김승현이 프로에 데뷔한 2001∼2002시즌 동양(현 오리온스)의 1라운드 성적은 7승 2패였다. 당시 동양은 창단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김주성이 신인이던 2002∼2003시즌 TG삼보(현 동부)도 1라운드를 6승 3패로 마쳤다. 2008∼2009시즌 최하위였던 KTF(현 KT)에 부임한 전창진 감독은 2009∼2010시즌 1라운드를 7승 2패로 마친 데 힘입어 팀을 정규시즌 2위로 이끌었다. 전 감독은 “패배의식에 빠진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는 게 중요하다. 기존 강팀들에도 달라진 모습을 심어줘야 만만하게 안 본다”고 말했다.
인삼공사는 거물 신인 오세근이 가세했고 가드 김태술의 제대 등 전력 보강이 많았다. 오세근이 대표팀 차출로 선배들과 손발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기에 시즌 초반 팀워크를 얼마나 끌어올리느냐가 관건이다.
최근 4시즌 동안 최하위 3번, 9위 1번의 부진에 허덕인 오리온스를 새롭게 지도하고 있는 추일승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벼랑 끝에서 나는 연습을 하는 어린 새다. 날지 못하면 추락한다”며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모비스 시절 통합 챔피언 주역인 크리스 윌리엄스가 가세한 오리온스 역시 기선 제압으로 가라앉은 분위기를 되살리는 데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점프볼과 함께 열띤 대결이 예상되는 올 시즌에는 자유 선발로 바뀐 외국인선수가 1명밖에 뛸 수 없게 된 것도 장기 레이스에서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자칫 순위 경쟁이 거세질 시즌 막판이나 포스트시즌에 외국인선수가 부상이라도 입으면 마땅한 대체 요원이 없어 해당 팀은 시즌을 접어야 될 위기에 빠진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현행 외국인선수 제도에서는 국내 선수층이 두껍거나 혼혈 선수, 국내 장신 선수를 보유한 팀이 강세를 보일 것 같다”고 말했다.
올 시즌 한국농구연맹(KBL)은 첫 여성 심판위원장으로 강현숙 씨를 영입했다. 판정을 둘러싼 지나친 시비와 심판 불신은 농구의 재미를 반감시켰다. 과도한 성적지상주의에 사로잡혀 목소리만 높이는 구단의 행태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규제가 예상된다. KBL 역시 철저한 심판 관리와 평가를 위한 시스템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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