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이란 표현이 나올 만큼 참담한 결과였다. 타이거 우즈(미국)가 PGA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7오버파 77타로 무너졌다. 대회에 앞서 “우승도 자신 있다”던 그는 굳은 표정으로 12일 경기를 마친 미국 조지아 주 존스크리크의 애틀랜타 애슬레틱 클럽(파70·7467야드)을 떠났다.
‘양치기 소년으로 변한 호랑이’ ‘스윙이 아니라 머리부터 개조해야 한다’는 주위의 따가운 시선이 쏟아졌다. 이런 현실에 우즈는 “화가 난다. 고쳐야 할 게 세탁 목록만큼 쌓였다”며 한숨을 쉬었다.
출발은 화려했다. 우즈는 10번홀에서 출발해 5개 홀 동안 3타를 줄여 공동 선두까지 나섰다. 하지만 260야드의 파3홀인 15번홀에서 4번 아이언 티샷을 물에 빠뜨리며 더블보기를 한 게 화근이었다. 최근 속절없이 떨어진 주가처럼 급격한 하락세 속에 나머지 13개 홀에서 러프와 벙커, 연못을 전전하며 무려 10타를 잃었다. 미국의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는 벙커에 빠진 횟수(7회)가 페어웨이를 지킨 홀(4개)보다 많았다고 보도했다. 버디 4개에 보기 5개, 더블보기 3개로 메이저 대회 출전 사상 최악의 1라운드 스코어를 남긴 우즈는 단독 선두 스티브 스트리커(7언더파)에게 14타 뒤진 공동 129위로 처졌다. 이번 대회에서 공동 14위 이내에 들어야 출전할 수 있는 플레이오프는 고사하고 자칫 예선 탈락으로 시즌을 일찌감치 끝낼 위기에 몰렸다. 우즈의 역대 메이저 대회 최악의 스코어는 2002년 브리티시오픈 3라운드 때 비바람에 시달리며 기록한 81타였다.
최경주(SK텔레콤)는 이븐파 공동 23위를 기록했다. 최경주는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2009년 우승자인 양용은은 1오버파 71타로 노승열 등과 함께 공동 36위에 이름을 올렸다.
코스가 워낙 길어 당초 폭발적인 장타를 지닌 젊은 선수들의 강세가 예상됐던 것과 달리 44세의 스트리커는 정교한 퍼트로 보기 없이 역대 메이저 대회 최저타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45세인 제리 켈리(미국)는 2타 차 2위로 선두를 쫓았다. 우즈에게서 해고된 캐디 스티브 윌리엄스와 호흡을 맞춘 애덤 스콧(호주)은 1언더파 공동 13위로 상승세를 유지했다. ▼ 악! 매킬로이 손목부상… 붕대투혼 ▼ 아… 이시카와 15오버파… 공동꼴찌
로리 매킬로이(22·북아일랜드)와 이시카와 료(20·일본)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는 타이거 우즈(36·미국)를 대신할 차세대 에이스로 꼽힌다. PGA챔피언십 개막을 앞두고도 이들은 상한가를 누렸다. 올 US오픈 챔피언 매킬로이는 주요 스포츠 베팅업체가 우승 후보 1순위로 꼽았다. 이시카와는 지난주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 경쟁을 펼치다 자신의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최고인 공동 4위로 마치며 상승세를 탔다.
하지만 이들은 악전고투 속에 1라운드를 힘겹게 마쳤다. 매킬로이는 3번홀 러프에서 7번 아이언으로 세컨드 샷을 하다 나무뿌리를 심하게 치는 바람에 오른쪽 손목을 다쳤다. 얼음찜질 등 응급조치를 받은 뒤 붕대를 감은 그는 라운드를 강행해 이븐파 70타를 기록했다. 경기 후 부상 부위에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한 매킬로이가 우승을 노리기에는 정상 컨디션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출전 선수 가운데 두 번째로 어린 이시카와는 버디 없이 주말골퍼 수준인 15오버파 85타의 민망한 성적을 내 출전선수 156명 중 공동 최하위가 됐다. 2라운드까지 70위 이내에 들지 못하면 예선탈락한다. 85타는 프로 데뷔 후 최악의 스코어로 알려졌다. 10번홀에서 출발해 11, 15, 17, 18번홀에서 공을 연못에 빠뜨린 것을 포함해 이날 공을 6번이나 물에 떨어뜨렸다. 이시카와는 “오늘처럼 물에 많이 빠진 경우는 생애 처음”이라며 허탈해했다. 후반 9홀 스코어는 45타까지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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