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세계육상선수권 D-16]“계주때 의족이 다른 선수 위협?… 문제된 적 한번도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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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스토리우스 ‘안전 논란 보도’ 반박

달리는 피스토리우스 ‘블레이드 러너’ 오스카 피스토리우스가 내년에 뛰게 될 런던 올림픽스타디움을 달리고 있다. 그는 5월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린 장애인대회 때 이곳에 들렀다. 오스카 피스토리우스 제공
달리는 피스토리우스 ‘블레이드 러너’ 오스카 피스토리우스가 내년에 뛰게 될 런던 올림픽스타디움을 달리고 있다. 그는 5월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린 장애인대회 때 이곳에 들렀다. 오스카 피스토리우스 제공
“나는 이미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으로부터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을 검증 받았다.”

‘블레이드 러너’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5·남아프리카공화국)는 대구에서 두 종목에 출전한다. 하나는 자신의 주 종목인 남자 400m, 다른 하나는 1600m(4×400m) 계주다. 로이터통신은 9일 그의 의족이 계주에서 바통 터치를 할 때 다른 선수와 부딪칠 수 있다며 이런 사실이 논란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안전 문제로 IAAF가 그의 계주 출전을 막거나 첫 번째 주자로 뛸 것을 권고할 수 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피스토리우스는 이에 대해 본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IAAF의 결정은 존중해야 한다”면서도 “대표팀 동료들과 함께 무수히 계주 훈련을 했지만 내 의족이 문제를 일으킨 적은 한 번도 없다”며 계주 출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20일 한국에 온다는 피스토리우스는 “대구스타디움에 서 있을 나를 상상하면 가슴이 뿌듯하다. 나를 위해, 그리고 조국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피스토리우스의 삶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고교에 다니던 2003년 럭비를 하다 다친 뒤 재활 치료 과정에서 육상을 시작한 그는 육상 입문 8개월 만에 2004년 아테네 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 남자 200m(T44등급)에서 금메달을 따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후 끊임없이 장애 없는 선수들과의 대결에 도전해 왔다. 한때 IAAF는 의족이 달리기에 유리하다는 이유로 그의 메이저대회 출전을 금지했지만 피스토리우스는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까지 불사하면서 도전을 이어갔다.

대구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에 대해 그는 “최고로 권위 있는 대회에서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겨룬다는 생각에 전율을 느낀다. 일단은 예선을 통과하는 게 목표다. 거기에 더해 개인 최고기록(45초07)을 깰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자력으로 세계선수권대회와 올림픽 출전 기준을 통과했지만 세계기록(43초18)과는 아직 차이가 크다. 다행히 그의 기록은 빠르게 단축되고 있는 추세다.

피스토리우스는 스포츠마니아답게 평소 럭비, 레슬링, 복싱, 축구 등을 즐긴다. 집에서 친구들과 편한 시간을 가지며 스트레스를 푸는 것도 여느 사람과 다를 게 없다. 하지만 그만의 독특한 관심 분야가 있다. 바로 지뢰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종아리뼈가 없었지만 장애 없이 태어났는데도 지뢰 때문에 다리를 잃은 사람들을 많이 봤다. 국제지뢰금지운동에 동참하면서 지뢰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의족을 마련해 주는 일도 하고 싶다.”

대구 대회를 대비해 혹독한 훈련을 하고 있지만 그의 눈은 이미 내년 런던 올림픽을 겨냥하고 있었다.

“두 차례 패럴림픽에 출전하면서 패럴림피안(패럴림픽에 출전한 선수)인 것이 자랑스러웠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최고의 올림피안이 되는 것 또한 내 꿈이다. 내년 런던 올림픽에서 마이클 존슨(미국)이 1999년에 세운 세계기록을 깨뜨리고 싶다. 체력이 허락한다면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도 뛰고 싶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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