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문의 투수학 개론] 겨울잠은 짧게…폼만들기 ‘60일 대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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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일 07시 00분


류현진 선수. 스포츠동아DB
류현진 선수. 스포츠동아DB
투수 오프시즌 삐끗땐 ‘1년농사’ 치명적
겨울 휴식 길어질수록 투구폼에 악영향
본격 훈련전 60일 투자…감각유지 필수


올스타전 이후의 페넌트레이스는 이제 종반을 향해 치닫고 있다.

포스트시즌 진출팀과 야구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폴클래식 가을잔치가 기다려지지만 1년이라는 큰 틀로 보면 마무리해야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장마철이 지나고 현재 무더위와의 싸움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국지성 호우에 따른 경기취소가 올해는 특히 많다. 이럴 때 몸과 마음이 지친 투수들이 100구 이상 120구 가까이 던져야한다는 것은 정말로 큰 고역이다. 물론 야수들도 뙤약볕에서 수비하고 들어오고 또 집중해서 타격을 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순위 싸움이 치열하게 진행되는 이 시기에도 자신의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투수들이 있다. 팀에서 꼭 필요한 전력임에도 제몫을 못하면 여기저기서 말들이 나온다. 물론 당사자인 그 투수의 마음은 누구도 알기 힘들 테지만 중요한 것은 ‘왜 이런 일이 생겼나’ 원인을 분석하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 기대만큼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투수들은 오프시즌을 제대로 보내지 못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스프링캠프 때 부상을 당하거나 또는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은 1년 농사를 치르는 투수에게는 치명적이다.

10월에 시즌이 끝난다고 하면 11월부터 이듬해 1월 중순 스프링캠프 시작까지 충분한 휴식(?)이 있음에도 캠프기간에 부상을 당하거나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11월부터 시작하는 마무리캠프 동안 많은 양의 투구 훈련을 하는 선수도 있고, 팀 상황에 따라 그렇지 않은 선수도 있다. 또한 프로 1,2년차 선수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선수가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다음 시즌을 대비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투구폼은 대단히 예민한 것이다. 꾸준한 훈련을 하지 않으면 생각대로 몸이 따라 주지 않게 마련이다.

보통 메이저리그 투수들은 2월 1일에 캠프를 시작하는데 이때부터 바로 불펜투구를 시작한다. 그리고 2주 정도 후에는 경기를 시작하게끔 몸을 만든다.

우리나라 투수들은 대개 1월 15일쯤 공을 만지기 시작해 2월 15일쯤 연습경기를 할 수 있도록 훈련 스케줄이 잡혀있다.

특히 이 때는 젊은 선수들이 먼저 몸을 만든다. 몸이 만들어지는 시간도 짧지만 이 때부터 좋은 투구, 완벽한 투구를 해야만 감독이나 코치의 눈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서 말한 것처럼 40일에서 60일 정도 공을 만지지 않다가 한달만에 게임을 할 수 있을 정도의 몸을 만드는 것이 사실은 위험하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오래전에 탔던 자전거를 다시 타도 어색하지 않듯이 15∼20년 이상 투수 경험이 있는 선수에게 60일 정도의 공백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 하겠지만 몸은 그렇지 않다.

눈으로 보는 나의 투구폼은 얼마를 쉬어도 문제가 될 것이 없으며 머리로 느끼는 나의 투구폼은 항상 일정하다. 그러나 이것은 뇌속에 잠재된 경험일 뿐이다.

머릿속은 나의 투구폼을 기억해내 신체에, 근육에 명령을 하지만 근육의 미세세포는 뇌에서 전달하는 지시를 받을 준비가 되어 있지 못하다는 것이 문제다. 즉 생각 따로 몸 따로의 형태가 된다는 것을 투수들은 휴식 후 처음 공을 만지면서 느낄 것이다.

야구와 마찬가지로 아주 미묘한 동작 하나에 울고 웃고, 가장 미세한 부분에도 영향을 받는 골프 종목도 48시간이 넘으면 그 선수의 리듬감이 떨어진다고 한다. 휴식이란 것은 다음 경기 그리고 다음 시즌을 대비한 준비 기간이라는 점을 확실히 머릿 속에 입력시킬 필요가 있다.

여기에서는 시즌이 끝난 후 다음 시즌을 대비한 본격 훈련에 들어가기 전까지의 기간을 60일 정도라고 생각하고 투수들의 훈련 스케줄을 만들어본다.

우리나라는 기후 조건이나 적합한 장소, 환경에서의 훈련이 쉽지않은 부분도 분명히 있지만 한번쯤은 참고로 하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이 프로그램 중에 토·일요일은 빠져 있다. 토·일요일은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이 가족을 위해서 내가 어떤 선수가 되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본다면 적어도 하루 이틀 정도는 훈련보다 더 값진 날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전 롯데 감독·고려대 체육교육학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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