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 위기 용인시청 핸드볼팀, ‘우·생·순’ 해피엔딩을 위하여…

  • 스포츠동아
  • 입력 2011년 6월 21일 07시 00분


코리아리그서 광주도시공사 꺾고 단독선두

20일 오전, 용인시청 여자핸드볼 팀 선수들의 급여통장에는 6월 한 달의 땀방울이 찍혔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월급이었다. 용인시 측은 체육계와 지역사회의 여론에도 불구하고, 6월을 끝으로 핸드볼 팀의 해체를 예고했다. 그리고 이달 말, 시의원 등으로 구성된 ‘직장팀심의위원회’에서 핸드볼 팀의 존속여부를 최종결정한다. 2008베이징올림픽대표출신의 수문장 이민희(31·용인시청)는 “이게 마지막 월급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찡하다”고 했다. 마침 20일은 대구실내체육관에서 2011SK핸드볼코리아리그 여자부 2라운드 광주도시공사와의 경기가 있던 날이었다.

용인시청 김운학 감독은 “선수들의 동요가 심했다. 4월 대회가 시작하기 전 겨우 선수들을 다독여 출전했다”고 말했다. 몇몇 선수들은 팀을 나가 다른 일거리를 찾았다. 국가대표 출신의 모 선수는 수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고, 또다른 선수는 운동 강사가 됐다. 그래도 “내가 제일 잘하고, 제일 좋아하는 것은 핸드볼”이라며 코트를 지킨 선수들만이 남았다. 세살 짜리 딸을 둔 엄마선수 김정심(35), 류머티즘을 앓고 있는 권근혜(24), 국가대표출신의 명복희(32) 등이었다.

현재 용인시청은 12명의 선수로 구성돼, 다른 팀보다 3∼5명이 적다. 교체인원이 부족해 선수들은 경기가 끝나면 녹초가 된다. 권근혜는 관절의 통증 때문에 정상적인 훈련도 소화하지 못하고, 경기에만 나선다. 그럼에도 용인시청은 이번 대회 돌풍을 일으키며 7월 플레이오프(PO) 진출을 확정지었다.

이민희는 “부상자도 많았지만, 우리가 잘 해야 팀의 존속에도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똘똘 뭉쳤다. 후배들에게 ‘다른 팀으로 뿔뿔이 찢어지지 말고, 여기서 끝까지 한 번 해보자’는 얘길 한다”며 눈망울을 밝혔다. 용인시청은 20일 광주도시공사를 31-23으로 꺾고 8승1무2패(승점17점)를 기록, 이번 대회 단독선두로 치고 나갔다.

대구|전영희 기자 (트위터 @setupman11)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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