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국 사커에세이] 이영표가 구단 행정가 되고 싶은 이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1년 4월 26일 11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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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표의 은퇴 후 꿈은 구단 행정가다. 구체적으로는 유럽의 풋볼 디렉터, J리그의 강화부장과 같은 역할을 해보는 것이다. 지도자보다는 그 방면이 본인의 적성에 맞다는 판단에서다. 네덜란드 잉글랜드 독일 등 유럽 리그를 섭렵하면서 그 역할의 중요성을 자연스레 깨닫게 된 듯하다.

이제는 K리그도 선수 출신 행정가를 키우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소속팀 출신의 ‘레전드’를 구단의 요직에 등용, 지역 팬들과의 유대를 강화하고 ‘전통’의 색깔을 입혀 궁극적으로 클럽의 가치를 높이는 해외 명문구단들의 사례는 우리가 눈여겨봐야할 대목이다. 이는 레전드를 소중하게 여기는 그들의 축구문화에서 출발한다.

독일 바이에른 뮌헨을 이끄는 두 수레바퀴는 프란츠 베켄바워 명예회장(66)과 칼 하인츠 루메니게(56) 이사회 의장이다. 94년부터 회장을 맡아온 베켄바워가 클럽의 ‘얼굴’이라면 루메니게는 뮌헨 클럽을 소유하고 있는 지주회사의 최고경영자다.

클럽의 명예주장(honorary captain)이기도 한 두 레전드가 클럽의 안팎에서 사실상 구단운영을 책임지고 있다.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의 경우 명예회장인 알프레도 스테파노(1953~1964), 사무총장 호르헤 발다노(1984~1987), 지네딘 지단(2001~2006) 고문 등 선수 출신 레전드들이 핵심요직을 장악하고 있다. 2년 전 은퇴한 유벤투스의 체코 출신 파벨 네드베드(2001~2009), 바르셀로나의 전설적인 골키퍼 안도니 수비사레타(1986~1994) 등도 팀의 전력강화를 책임지는 핵심 포스트를 차지하고 있다.

유명 클럽들이 그들의 레전드를 중용하고 있는 것은 단순히 의리 차원이 아니라 그만한 활용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인지도를 앞세워 팬들을 끌어 모으는 것은 물론이고 팀 전력강화라는 당면한 숙제까지 해결하고 있다. 객관적으로 봐도 이들보다 팀 사정에 더 정통한 인물을 찾기란 쉽지 않다.

K리그 출신으로 구단 요직을 맡고 있는 경우는 부산 아이콘스의 한정국 사무국장이 유일하다. 그나마 그는 과거 일화 출신으로 클럽의 레전드는 아니다. K리그 출범 이후 28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구단에 레전드라고 할 인물들이 없는 것은 구단과 선수들 모두 한번쯤 되돌아봐야할 숙제다. 구단은 오랫동안 봉사해온 선수들을 단순히 기량저하라는 차가운 잣대만으로 살 처분하지 않았는지, 선수들은 소속팀에 대한 애정 없이 돈만을 찾아 철새처럼 이곳저곳을 전전하지는 않았는지.

현장 지도자들이 구단 운영 책임자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홍명보, 황선홍, 신태용 등의 선수 출신 레전드들이 지도자의 옷을 벗은 이후에도 K리그 구단의 주요 보직을 맡아 또 다른 차원에서 ‘레전드의 힘’을 보여주는 때가 오기를 고대한다.

[스포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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