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아슬아슬 3:2…자료싸움서 승패 갈렸다

  • Array
  • 입력 2011년 1월 21일 07시 00분


연봉조정위, 왜 롯데 손을 들어줬나
4시간 넘긴 난상토론, 다수결로 결정
조정위원들, 이대호 감정적 지지 불구
양측 제출 자료서 구단이 압도적 우세
타팀과 비교 불가 결정도 롯데에 유리

“자료는 꼼꼼히” 연봉조정위원회 위원들이 20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롯데와 이대호가 각각 제출한 자료들을 검토하고 있다.
“자료는 꼼꼼히” 연봉조정위원회 위원들이 20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롯데와 이대호가 각각 제출한 자료들을 검토하고 있다.
오후 3시에 시작된 회의는 저녁 7시 23분이 돼서야 결론이 내려졌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자실에서는 기다리친 지친 취재진을 배려하기 위해(?) 농구와 배구 생중계를 틀어주는 진풍경마저 벌어졌다.

롯데의 타격 7관왕 이대호의 2011년 연봉으로 과연 얼마가 타당한지를 놓고, 20일 KBO에서 개최된 연봉조정위원회에 참석한 5인의 조정위원들은 저녁까지 거르고, 격론과 심사숙고를 거듭한 끝에 구단의 손을 들어줬다. 이로써 이대호의 연봉은 6억 3000만원으로 확정됐다.

롯데 구단이 의사를 관철시킬 수 있었던 가장 결정적 사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 5인의 조정위원들은 구단이 제출한 고과 평점을 가장 객관성 있는 자료로 받아들였다. 이를 뒤엎을 만한 그 이상의 설득력 있는 자료를 이대호나 그를 지원한 선수협은 내놓지 못했다.

둘째, 롯데의 여타 선수와의 형평성을 고려한 대목이었다. 롯데는 승리 공헌도를 선수별 퍼센티지로 나타낸 자료를 제출했는데 아무리 이대호가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하더라도 홍성흔, 조성환 등 다른 주요 선수들과 공헌도를 분할하는 이상, 이대호만 그 이상의 대우를 해주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회의 시간은 4시간 20분을 훌쩍 넘겼다. 또 조정위원들은 “이대호가 7억원 연봉을 받을 가치가 있다는데 공감했다”라는 얘기도 했다. 조정위원 사이에 난상토론이 벌어졌다는 정황 증거다.

실제로 마지막까지 만장일치에 이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3:2로 팽팽히 맞섰고, 결국에는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롯데의 손을 들어주기로 결정됐다. 또 이렇게 내려진 잠정 결론을 KBO 유영구 총재가 ‘타당하다’고 받아들임에 따라 공식 발표가 실시됐다.

반대로 대다수 조정위원들의 감성적 지지를 끌어냈음에도 이대호가 결국 패배한 데에는 2가지가 있다. 첫째가 상대적으로 구단에 비해 미비한 자료였다. 조정위원들조차 “안타깝다”고 했다. 감성적으로는 7억을 받을만하다고 느끼지만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 근거를 들이대는 데 미흡했던 것이다.

둘째로 조정위원들이 타 구단과의 연봉 비교 자료를 인정하지 않기로 결정한 대목이다. 연봉고과 시스템은 구단마다 다르기에 일률적으로 적용하기에 무리가 따른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이런 비교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선 “한국은 한국의 현실이 있다”고 답변했다. 이승엽과의 연봉 비교나 물가상승분 감안 요구도 인정하지 않았다.

구단 제시액 6억 3000만원과 선수 요구액 7억 사이에서 중재 액수를 내놓자는 소수 의견도 잠깐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그럴 경우, 선수들이 구단과의 협상이 잘 안 풀리면 대거 연봉조정위원회로 몰릴 것이다”라는 원칙론 앞에 수그러들었다.

조정위원회는 KBO 이상일 사무총장을 비롯해 최원현 변호사, 김소식 전 대한야구협회 부회장, 야구해설가 박노준 씨, 김종 야구발전연구원장 등 5명으로 구성됐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사진|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