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명가 삼성이 어쩌다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1라운드 2승4패 최악의 성적, 신치용 감독 “세대교체 과정” 2R이후 조직력 회생에 기대

“요즘 길을 걷다 보면 힘내라는 팬들이 많아요. 이런 일은 처음이네요. 허허.”

신치용 감독이 1995년 창단부터 이끌어 온 삼성화재는 말 그대로 배구 명가(名家)다. 1997년부터 슈퍼리그 8연속 우승을 달성했고 2005년 프로리그가 출범한 뒤 6차례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해 4번 우승컵을 안았다. 그런 삼성화재에 올 시즌 출발은 악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화재는 개막전에서 라이벌 현대캐피탈을 꺾었지만 기쁨은 잠시였다. 지난 시즌까지 상대 전적 36승 1패로 앞서 있던 상무신협에 일격을 당한 뒤(9일) LIG손해보험(11일)과 대한항공(18일)에도 잇달아 져 팀 사상 처음으로 3연패의 수모를 겪었다. 22일 우리캐피탈을 누르고 연패는 끊었지만 상대 전적 35승 2패로 앞서있던 KEPCO45에 641일 만에 무릎을 꿇었다(25일). 그것도 0-3 완패였다. 삼성화재가 받아든 1라운드 성적표는 2승 4패, 7개 팀 가운데 6위로 그동안의 삼성화재를 생각하면 충격적이라 할 만하다. 문용관 KBSN 해설위원은 “주전 세터 최태웅의 이적과 베테랑 석진욱의 부상으로 전력이 약해졌지만 최고 용병 가빈과 국내 최고 공격수 박철우가 있기에 이런 결과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동안 삼성화재를 지탱했던 탄탄한 수비와 조직력이 보이지 않는다. 외부 수혈이 없다면 반전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의외의 결과에 놀라고 있지만 정작 삼성화재 신 감독은 차분했다. 그는 “예상했던 일이다. 올 시즌 목표를 4위로 잡은 데는 이유가 있다. 세대교체를 위한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삼성화재의 지금 상황을 각주구검(刻舟求劍)에 비유했다. 삼성화재가 강팀이라는 인식은 배에 새겨진 표시에 불과하다는 것. 지나온 강물을 거슬러 올라 칼을 찾기 위해서는 팀의 리빌딩이 필수라는 얘기였다.

그렇다면 삼성화재는 올 시즌을 포기한 것일까. 신 감독의 대답은 단호했다.

“박철우가 슬럼프에서 벗어나면 2라운드 이후는 올라올 수 있을 겁니다. 시간이 갈수록 선수들 손발도 잘 맞겠죠. 후반에 잘하면 3, 4위는 가능하지 않을까요. 걱정해주시는 팬들께 죄송하지만 꼭 보답할 기회가 있을 겁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