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기자의 퀵어시스트]작은 변화에 몸사리는 KBL 사용구부터 국제무대 준비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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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가 1997년 출범한 이후 올해 한 가지 변화가 일어났다. 한국농구연맹(KBL) 행사 때마다 단골이던 서울시청 근처의 한 중국집이 다른 곳으로 변경됐다. 수많은 식당 중 유독 한 군데만 고집했던 이유는 메뉴 선택과 자리 배치 등에서 따로 고민할 필요가 없어서였다. 더 나은 음식과 분위기 등을 찾기보다는 늘 해온 대로 하면 윗분 눈치를 볼 이유도 없고 만사 오케이라는 행정 편의주의 탓이었다. 이번에 식당이 바뀐 이유도 중국집 사정 때문이었다.

이렇듯 KBL은 작은 변화에도 몸을 사린다는 지적이 많다.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 논란이 된 공인구 문제도 그렇다. 대회 사용구는 국내에서 쓰는 국산 스타 볼보다 작고 가벼운 일본 몰텐 제품이라 적응하는 데 애를 먹었다. 합숙훈련과 전지훈련에서 미리 사용했지만 10년 넘게 길들여진 예전 공의 느낌을 털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실제 경기 때는 더 가벼운 공이 제공됐다. 대표팀은 값진 은메달을 따긴 했어도 야투 성공률이 높았다면 메달 색깔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 3점슛 성공률은 30%대에 머물렀다. 대표팀 주전 가드로 활약한 양동근은 “공 무게 때문에 혼란이 심했다”고 말했다.

당초 프로 지도자들은 감독자 회의에서 국내 리그에서도 사용구를 국제대회 기준으로 바꿔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이런 건의는 KBL에서 묵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역 시절 명슈터였던 조성원 해설위원은 “새 공으로 훈련했다고 해도 긴박한 경기 때는 예전 감각으로 공을 던지기 때문에 적응이 힘들다. 자유투 적중률도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스타 볼 관계자는 국제대회 사용구와 비슷한 조건의 제품을 충분히 제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산품을 애용하면서도 얼마든지 국제무대를 대비할 수 있다는 뜻이다. 4일 개막하는 프로배구는 올 시즌부터 고반발공을 경기구로 새롭게 채택했다. 국제배구연맹 공인구인 일본 미카사 제품에 대한 적응력을 높일 목적이다.

국제 경쟁력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달라져야 달라질 수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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