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아시아경기]진로방해? 박성백의 날아간 金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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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클 개인도로 1위 기쁨도 잠시 “15m 남기고 반칙” 통보 받아

한국 24년만의 우승 꿈 사라져

“아, 24년을 기다린 금메달인데….”

한국이 24년 만에 도로 사이클에서 아시아경기 정상을 차지하는 듯했으나 예상치 못한 판정에 발목을 잡히는 불운을 겪었다. 한국 도로 사이클의 간판 박성백(25·국민체육진흥공단)은 22일 중국 광저우 철인3종 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경기 남자 180km 개인 도로 경기에서 4시간14분54초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하지만 1986년 서울 대회 이후 여섯 대회 만에 정상을 되찾았다는 기쁨도 잠시. 심판진으로부터 난데없는 반칙 통보가 날아들었다. 결승선 통과 직전 뒤따르던 홍콩 선수의 진로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이날 레이스에서 박성백은 경기 중반까지 선두그룹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중간그룹에 끼어 달렸다. 폭발적인 스프린트 능력을 앞세워 레이스 후반 역전 우승을 노린다는 작전이었다. 박성백은 계획대로 레이스 후반 선두그룹 추월에 나섰고 결승선 500m 정도를 남겨두고는 선두그룹에서도 맨 앞으로 치고 나갔다. 결국 박성백은 거침없는 막판 폭풍 레이스로 결승선을 맨 먼저 통과했다.

그러나 금메달을 딴 줄 알았던 박성백의 감격은 안타까운 탄식으로 바뀌었다. 결승선 15m 앞에서 1위를 질주하던 박성백이 뒤를 바짝 따라붙던 웡캄포(홍콩)의 진로를 방해하는 반칙을 저질렀다며 심판진이 제동을 걸었다.

왼쪽 공간으로 파고들려던 웡캄포를 박성백이 자전거를 그쪽으로 몰아 견제했고 이때 웡캄포는 항의 표시로 오른손을 들어 보였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겨울올림픽 쇼트트랙에서 김동성의 뒤를 따르던 아폴로 안톤 오노(미국)가 할리우드 액션을 취하던 모습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한국 코칭스태프의 격렬한 항의를 받은 심판진은 재심을 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심판진이 박성백의 반칙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순간 초조하게 기다리던 홍콩 선수단 대기실에서는 환호가 터져 나왔다.

금메달은 박성백에 뒤이어 결승선을 통과한 웡캄포에게 돌아갔다. 반칙이 인정된 박성백의 순위는 4시간14분대 기록자 중 맨 뒤인 19위로 밀려났다. 박성백은 “2위로 들어온 선수가 홍콩 선수인 것이 심판 판정에 영향을 준 것 같다. 우리나라가 힘이 없는 것 같다. 억울하지만 어쩔 수 없다”며 아쉬워했다. 레이스 초반 선두그룹을 유지했던 장경구(20·가평군청)는 13위에 머물렀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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