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아시아경기]‘18홀 130타’ 전쟁속 출전 아프간, 개인전 꼴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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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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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땅 연습하다 잔디 보니 놀라워”

오랜 세월 전쟁의 포화에 시달린 아프가니스탄. 골프선수가 국제대회에 출전한 것은 광저우 아시아경기가 처음이다. 아프가니스탄 골프선수가 돌멩이와 잡초가 무성한 황무지에 가까운 유일한 골프장인 수도 카불 외곽의 9홀짜리 골프장에서 연습라운드를 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오랜 세월 전쟁의 포화에 시달린 아프가니스탄. 골프선수가 국제대회에 출전한 것은 광저우 아시아경기가 처음이다. 아프가니스탄 골프선수가 돌멩이와 잡초가 무성한 황무지에 가까운 유일한 골프장인 수도 카불 외곽의 9홀짜리 골프장에서 연습라운드를 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전반 66타에 후반 64타. 18홀 스코어는 130타. 생전 처음 골프장에 나가 머리를 얹은 주말골퍼의 성적이 아니다.

17일 중국 광저우 드래건 레이크 골프장(파72)에서 시작된 아시아경기 남자 골프 1라운드. 아프가니스탄의 알리 아마드 파젤(19)은 타수 계산을 하기도 힘들 만큼 무너져 최하위인 75위에 그쳤다. 68타로 단독 선두에 나선 미겔 루이스 티부에나(필리핀)와는 무려 62타 차.

파젤은 1번홀(파5)을 13타 만에 홀아웃한 것을 시작으로 8∼10번홀 합산 성적만도 잘 치는 선수의 전반 타수 정도인 35타를 기록했다. 파3의 3번홀에서 유일한 파를 해 주말골퍼 사이의 농담처럼 샤워는 하게 됐다. 파젤과 함께 아프가니스탄을 대표해 출전한 하시마툴라 사와리(21)는 108타로 공동 73위에 그쳤다.

하지만 이들에게 민망한 스코어와 순위는 큰 의미가 없어 보였다. AFP통신에 따르면 오랜 세월 전쟁의 포화에 시달린 아프가니스탄 골프 선수들이 국제대회에 출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프가니스탄에 골프장은 수도 카불 외곽에 있는 9홀짜리 카불골프장 하나뿐이다. 1967년 개장해 1978년 문을 닫은 뒤 1993년 재개장했으나 탈레반 정권의 집권으로 다시 폐쇄됐다가 2004년 다시 문을 열었다. 골프장이라기보다는 황무지에 가깝다. 한때 전쟁터여서 포탄에 맞아 흉물스러운 건물 사이에 있으며 페어웨이에는 돌멩이와 잡초가 무성하다. 그린은 기름 먹인 모래로 조성됐다. 연간 회원권 가격은 300달러(약 35만 원). 무함마드 자마 헤크마티 코치는 “골프협회가 생긴 지 이제 2년이 됐다. 모래와 돌만 보다 푸른 잔디를 보니 놀랍다”고 신기해했다.

전쟁의 상흔과 빈곤에 시달리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은 이번 대회 13개 종목에 127명의 선수단을 파견했다. 103명의 선수 가운데 여자는 8명. 복싱과 태권도 레슬링에서 메달을 노리고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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