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프로생활 마감 구대성… 韓美日최고 투수들과의 잊지못할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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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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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영웅 마쓰자카 울리고…
美스타 랜디 존슨 두들기고…

한화 구대성
한화 구대성
《한 야구인은 그를 ‘돈키호테’라고 했다. 푸근한 아저씨 웃음을 짓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선수. 하지만 마운드에 선 그는 철벽이었다. 누구와 붙어도 주눅 들지 않았다. ‘대성불패’란 별명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구대성(41·한화)이 18년간의 프로 선수 생활을 마감한다. 파란만장했던 그의 야구 인생을 한미일 최고 투수들과의 인연으로 되돌아본다.》
1996년 4위팀 마무리 투수로 4관왕… MVP 등극

#1. vs 조계현 구대성은 투수 다관왕의 효시다. 1996년 마무리 투수였던 그는 다승과 승률, 구원, 평균자책 1위 등 4개의 타이틀을 석권했다. 팀은 4위였지만 그해 최우수선수(MVP)는 그의 차지였다. 그해 한국시리즈 우승팀 해태에는 조계현, 이강철, 이대진, 김정수 등 좋은 투수들이 차고 넘쳤다. 특히 조계현은 승률과 평균자책 2위, 다승은 3위였다. 하지만 기자단 투표에서 구대성은 30표를 받은 반면 조계현은 한 표도 받지 못했다. 오히려 현대 타자 박재홍(19표)이 경쟁자였다. 1999년 롯데와의 한국시리즈에서는 5경기에 모두 등판해 1승 1패 3세이브로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했다.
시드니올림픽 3,4위전 맞대결 완승… 日킬러 명성 확인

#2. vs 마쓰자카 다이스케 2000년 열린 시드니 올림픽 일본과의 3, 4위전. 상대 선발은 일본이 낳은 최고 투수 마쓰자카 다이스케(현 보스턴)였다. 구대성은 9이닝 동안 11개의 삼진을 잡고 1실점으로 일본 타선을 잠재우며 한국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아마 시절부터 ‘일본 킬러’였던 그가 역사적인 동메달을 안긴 것이다.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배영수(삼성)에게 스즈키 이치로(시애틀)를 맞히라고 지시한 것도 유명한 일화다. 이치로는 당시 “30년간 일본을 이길 수 없도록 하겠다”고 말해 공분을 사고 있었다. 구대성은 “공이 빠른 네가 한 번 줘라(일부러 맞히라는 뜻의 은어)”고 지시했고 배영수는 그의 말을 따랐다. 구대성은 용돈으로 1만 엔을 줬다.
2005년 최고 투수 존슨 상대 2루타 팀 승리 이끌어

#3. vs 랜디 존슨 2000년의 활약을 바탕으로 그는 이듬해 일본 오릭스에 진출해 4년간 뛰었다. 오릭스의 잔류 요청을 뿌리치고 2005년엔 전격적으로 미국 프로야구 뉴욕 메츠에 입단했다. 그해 5월 23일 뉴욕 양키스와의 서브웨이 시리즈. 타석에 들어선 구대성은 당대 최고의 좌완 랜디 존슨을 상대로 2루타를 쳐내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더구나 후속 타자의 번트 때 질풍 같은 홈 쇄도로 득점까지 올렸다. 팀은 7-1로 승리했고 미국 언론은 구대성의 활약을 대서특필했다. 하지만 구대성은 이때 어깨를 다쳤고 이후 별다른 활약 없이 미국 생활을 접었다.
류현진에 명품 체인지업 전수 괴물 만들어

#4. with 류현진 현역 최고의 왼손 투수로 평가받는 류현진의 주무기는 바로 체인지업이다. 류현진에게 체인지업을 전수해준 게 바로 구대성이다. 구대성은 “2006년 캠프 때부터 하도 졸졸 따라다니면서 가르쳐 달라기에 귀찮아서 가르쳐줘 버렸다”고 했다. 사실 구대성도 선배 송진우로부터 체인지업을 배운 것이었다. 구대성은 “현진이는 공을 갖고 놀 줄 아는 선수다. 정말 습득이 빠르더라. 내 체인지업은 팜볼 스타일인데 현진이는 이를 자신의 체형에 맞게 새롭게 변형해서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선수로 코치로… 호주서 제2의 야구인생 스타트

#5. vs 구대성 한국에서 은퇴하지만 그는 호주에서 제2의 야구인생을 시작한다. 호주야구협회는 메이저리그와 공동으로 11월 6개 팀으로 프로 리그를 출범시킨다. 구대성은 시드니 블루삭스에서 2년간 선수 겸 코치로 뛸 예정이다.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치러지는 호주 프로리그에는 메이저리그의 유망주들과 우수 코치들이 대거 참여한다. 구대성은 “선진 야구를 배우고 내가 가르칠 수 있는 부분은 가르치겠다”고 했다. 어찌 보면 메이저리그 구단에 눈도장을 찍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2년간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친다면 다시 한 번 메이저리그의 부름을 받거나 한국 프로야구로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는 ‘대성불패’니까.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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