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월드컵]氣센 유럽 3총사 技도 세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6일 03시 00분


코멘트

■ 스페인-독일-네덜란드의 ‘이유있는 4강’



힘에 기술접목… 패스-슈팅력 다른 유럽팀 압도

밀집 중앙수비라인 뚫는 크로스 능력도 한수위

《“유럽의 자존심을 살렸다.” 남아공 월드컵 8강전이 끝난 뒤 유럽 주요 언론은 일제히 이 말을 전했다. 반면 남미는 우울해졌다. 8강까지 4개 팀이 이름을 올리며 득의양양했지만 8강전에서 남미의 ‘양대 산맥’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짐을 쌌고 이제 우루과이만 남았다. 코파아메리카(남미의 국가대항전)가 될 뻔한 이번 월드컵에서 유럽을 구한 삼총사는 스페인과 독일, 네덜란드. 특히 이 세 팀은 부진한 경기력으로 팬들에게 큰 실망을 안긴 프랑스, 이탈리아, 잉글랜드 등 전통의 유럽 축구 강국과 대조돼 더 빛났다.》

○ 기술이 다르다

유럽 축구 강호들의 엇갈린 ‘명암(明暗)’은 우연이 아니다.

이번 대회를 보면 수비를 탄탄하게 한 뒤 역습을 노리는 실리 축구가 하나의 흐름이 됐다. 특히 ‘잠그는’ 축구에 일가견이 있는 우루과이, 파라과이 등 남미 팀은 이런 전술로 만족스러운 성적표를 얻었다. 상대 팀에 대한 정보도 넘쳐나 수비수들에겐 더 유리해진 상황. 기존 유럽 축구의 장점인 좋은 신체조건과 힘만으론 이제 세계 축구를 지배할 수 없게 됐다.

스페인은 ‘유럽의 브라질’로 불릴 만큼 세밀한 축구로 유명하다. 네덜란드 역시 화려한 기술 축구가 장점. 힘과 조직력으로 대표되던 독일도 메주트 외칠(브레멘), 토마스 뮐러(바이에른 뮌헨) 등 창의력과 개인기가 좋은 자원들이 합류하며 힘과 기술이 접목됐다.

결국 기술 축구가 접목된 국가만 살아남았다는 얘기다. 실제 이들 국가는 세밀함의 척도인 패스 성공률에서 다른 유럽 국가에 앞섰다. 특히 빠르고 날카로운 공격의 연결 고리인 중간거리 패스 성공률에서 그 차이가 뚜렷했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 상대적으로 긴 패스에 의존한 ‘뻥 축구’를 구사한 팀들은 성적이 초라했다(표1 참조).

슈팅의 질도 달랐다. 기술이 뒷받침된 세 국가는 반발력이 좋아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인구 자불라니를 잘 다뤘다. 상대적으로 높은 유효슈팅 비율이 이를 증명해주는 지표다(표2 참조). 유효슈팅을 득점으로 연결하는 비율에서도 독일(37.1%), 네덜란드(26.5%), 스페인(17.1%)은 잉글랜드(9.7%), 프랑스(9%) 등을 압도했다.

○ 크로스가 다르다

수비 축구를 뚫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무엇일까. 측면 크로스가 정답이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선수비, 후공격’의 전술을 쓸 경우 중앙 수비 라인은 빈틈을 찾을 수 없을 만큼 촘촘해진다”며 “결국 날카로운 측면 크로스가 돌파구”라고 말했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바르셀로나), 다비드 실바(발렌시아) 등 패스 마스터가 넘쳐나는 스페인은 경기당 크로스 시도가 25개로 본선 진출국 가운데 단연 최고. 뮐러, 외칠 등 공격 자원 외에도 필리프 람(바이에른 뮌헨) 등 수비수들의 오버래핑에 이은 크로스 능력까지 좋은 독일(32%)도 높은 크로스(측면 세트피스 상황 프리킥까지 포함) 성공률을 자랑했다. 아르연 로번(바이에른 뮌헨) 등 개인기와 스피드가 좋은 측면 공격수들을 보유한 네덜란드(30%) 역시 크로스 성공률이 높았다. 반면 측면 공격수 문제로 고민이 컸던 잉글랜드, 프랑스 등은 정확도가 떨어지는 크로스로 일관하며 공격을 제대로 풀어가지 못했다(표3 참조).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