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김광현 악! 통한의 1안타 … 아깝다! 노히트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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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1일 07시 00분



■ 아웃 카운트 단 한개…행운의 여신은 그를 외면했다

삼성전 8.2이닝 10K 완벽, 그러나…
9회 2사 후 최형우에 1안타 허용
연호하던 덕아웃의 함성 ‘탄식으로’

일생일대의 기회. 9회 마운드에 오를 때 그의 투구수는 100구였다. 첫 타자 양준혁을 초구에 2루 땅볼로 유도했다. 문학구장의 관중들이 기립했다. “김광현!”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SK 덕아웃의 선수들도 다 일어나서 봤다. 마치 동점 상황에서 끝내기 안타를 기다리는 분위기였다.

두 번째 타자 오정복은 3구째를 쳤다. 잘 맞았다. 그러나 넓은 수비범위를 자랑하는 SK 중견수 김강민이 재빨리 달려가 잡아냈다. 역대 11호 노히트노런(정규시즌 9이닝 기준)까지 1아웃만 남은 역사적 순간. 2000년 5월18일 송진우(당시 한화) 이후 10여년만의 대기록이 눈앞에 다가온 순간이었다. 김광현의 안색에도 흥분된 기색이 내비쳤다. 9회까지도 직구 구속이 148km를 찍을 정도로 힘이 넘쳤다.

삼성 2번타자 신명철, 힘의 피칭으로 투 스트라이크 투 볼까지 잡았다. 여기서 거듭해 회심의 직구를 뿌렸으나 힘이 너무 들어갔다. 전부 볼이 됐다. 다음 타자는 좌타자 최형우, 투구수는 110구. 원 스트라이크 원 볼에서 운명의 113구째를 던졌다. 주무기 슬라이더가 바깥쪽으로 제대로 컨트롤됐다. 그러나 최형우의 방망이가 가볍게 나왔고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깨끗한 안타. 노히트가 목전에서 깨지는 순간이었다. 가토 투수코치가 올라왔다. 김광현은 계속 던지겠다는 강렬한 의사표시를 했다. 그러나 김성근 감독이 직접 일어나서 교체사인을 내렸다. 이승호가 올라왔다.

김광현의 1구 1구에 환호와 탄식했던 동료들은 따스하게 귀환하는 에이스를 맞이했다. 벤치에서 김광현의 마음속엔 팀 승리밖에 없었다. 그래서 2-1로 쫓기고 만루로 몰렸어도 아쉬움보다도 떨림이 더 강했다. 마무리 이승호가 삼성 박석민을 유격수 플라이로 잡고 경기를 끝내자 긴박했던 SK 덕아웃엔 아쉬움이 밴 웃음이 번졌다.

신영철 사장과 민경삼 단장은 아예 귀빈석을 나와서 덕아웃 바로 옆 상황실에서 야구를 보고 있었다. 신 사장은 웃으면서 “(노히트 게임) 한번 보나 했는데 아쉽네”라고 웃었다. 추평호 구심은 “못 쳐요. 못쳐”하고 김광현의 이날 볼을 한마디로 압축했다.

김상진 투수코치는 상기된 얼굴로 “신명철과의 승부 때 힘이 좀 들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가토 투수코치도 웃으면서 김광현을 얼싸안았다. 김광현은 승리를 지켜준 이승호를 안아줬다.

그러나 포수 박경완의 얼굴은 자못 굳어있었다. 박경완은 “광현이한테 미안하다. 할 수 있었는데 마지막 하나가 그렇게 됐다. 순간적으로 실수했다. 대기록을 앞두고 나름 열심히 했는데 맞고 나니 너무 아쉽다. 그리고 미안하다”라고 했다. 최형우 타석의 볼배합이 내심 걸린 모양이었다.

김성근 감독도 담담한 얼굴로 “노히트 노런 기록을 놓쳐서 아쉽다. 신명철 타석에서 끝냈어야 했는데 힘이 많이 들어갔다. 기록을 의식한 때문이었다. 최형우는 앞 타석부터 타이밍이 맞아서 위험하다고 생각했는데 변화구가 치기 좋게 들어갔다”고 촌평했다.

이어 “어려운 경기를 이긴 데 큰 의미를 두고 싶다. 최형우에게 안타 맞고 바로 교체를 지시한 것은 그런 경우에 긴장감이 풀려서 맞을 확률이 최고조에 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덕분에 김광현은 노히트, 완봉, 완투가 안타 1개로 다 깨졌지만 승리(시즌 7승)만은 챙길 수 있었다.

글로버는 “심적으로 힘들었을 것이다. 아직 어리니 분명 기회가 온다고 본다. 광현이를 보면 언젠가 내가 은퇴 후에 소파에 앉아서 맥주 마시며 메이저리그 경기를 보며 (김광현) 피칭을 보는 것을 상상한다”고 했다.

내야에서 긴장하며 수비했을 정근우는 “수비하는 입장에서 오늘은 정말 편하게 했다. 뒤에서 보니 투아웃 후에 힘이 많이 들어가더라. 인간이니까 욕심이 나는 건 이해한다. 최고투수라고 생각하고 분명히 기회는 다시 온다”고 후배를 칭찬했다.

마무리 정대현도 “너무 수고했고, 신명철 상대 때 힘 빼고 했어야 됐다. 덕분에 잘 쉬었다”고 평했다. 주장 김재현은 “광현이는 오랫동안 야구할 것이므로 더욱 완벽한 투수가 되는 과정이라고 본다”고 덕담을 해줬다.

문학|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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