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주한 외국인 모여 ‘또 하나의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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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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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개국 출신 외국인들 참가…작년이어 ‘미니월드컵’ 열려
선수-가족-대사까지 출동…“세계화-다문화 정착에 기여”

30일 오전 열린 외국인 미니 월드컵 대회에서 이탈리아팀으로 출전한 한국인 노현우씨(가운데)가 공을 몰고 가자 캐나다 선수들이 압박수비를 하고 있다. 노 씨는 국내거주 이탈리아인들이 운영하는 ‘조기축구회’ 소속으로 이날 경기에 출전했다.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30일 오전 열린 외국인 미니 월드컵 대회에서 이탈리아팀으로 출전한 한국인 노현우씨(가운데)가 공을 몰고 가자 캐나다 선수들이 압박수비를 하고 있다. 노 씨는 국내거주 이탈리아인들이 운영하는 ‘조기축구회’ 소속으로 이날 경기에 출전했다.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삑! 30일 오전 11시 반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 축구장. 주심이 분 호루라기 소리가 경기장에 울렸다. 양측 선수들은 태클 반칙이 일어난 센터서클로 모였다. 가만히 보니 노란색 머리와 새하얀 피부 등 외국인들이 주를 이뤘다. 약 10분 후 골이 터졌다. 코너킥한 공을 한 선수가 그대로 머리로 받아 넣은 것. 한국과 아일랜드 국기가 양쪽에 선명한 득점판에 0-1이라는 스코어가 올라왔다. 전후반 20분씩 진행된 경기 결과는 1점을 끝까지 지킨 아일랜드의 승리. 본부석 앞에는 미국,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의 국기가 펄럭이고 관중석에서는 피부색, 머리색을 떠나 모두가 어우러져 참가 선수들을 큰 박수로 격려했다.

○ 서울에서 열린 미니 월드컵

29, 30일 어린이대공원 축구장에서 열린 외국인 ‘미니 월드컵 대회’는 영어전문 라디오방송 ‘tbs eFM’(101.3MHz)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국내 체류 외국인을 대상으로 개최했다. 미국, 영국, 독일, 이탈리아, 러시아, 한국 등 총 16개국이 월드컵처럼 토너먼트 방식으로 기량을 겨뤘다. 여기에다 참가 명단엔 없었지만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월드컵 개최국 자격으로 친선 경기에 참가했다. 선수들은 토·일요일 주말마다 서울에서 열리는 외국인 축구리그에 참가하는 아마추어 팀 소속과 대구, 수원 등 지방에서 일하는 근로자들로 구성된 팀이었다. 주한미군, 학원 강사, 항공사 직원, 사업가, 학생 등 직업도 다양했다. 그러나 각자의 나라를 대표한 만큼 이날 선수들은 프로 못지않은 실력으로 열띤 경쟁을 펼쳤다. 특히 이날 개회식에는 한스 울리히 자이트 주한 독일 대사, 시몬 뷰로 주한 캐나다 상공회의소 소장 등이 참석했다. 힐턴 데니스 주한 남아공 대사는 폐회식에서 시상을 하는 등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경기 중 관중석에서는 나라별 응원전이 펼쳐졌다. 외국인 선수 가족들이 주를 이룬 응원은 국기를 흔드는 것은 기본이었고 특색을 살린 리듬 박수도 선보였다. 러시아 국기를 든 어린이들은 관중석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연출해 참가자들의 호응을 얻기도 했다.

○ 아일랜드, 미국 꺾고 우승


대구에서 온 인도네시아 축구팀 주장인 프랭키 씨(35)는 “축구를 통해 외국인 동료들이 하나가 될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라며 “대회 우승을 위해 지역 리그 최고의 선수들만 뽑아 왔다”며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였다. 남아공 대표 선수 레오나르도 조세피 씨(43)는 “오늘 대회가 월드컵 개최국인 남아공을 위해 마련한 행사인 것 같아서 기쁘다”면서 “국적과 상관없이 외국인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어 너무 좋다. 앞으로 이 대회가 계속해서 활성화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전했다.

올해 남아공 월드컵 대회가 열리는 덕분에 참가 열기는 뜨거웠다. 지난해 첫 대회 때는 참가국이 8개국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17개국으로 늘었다.

tbs 측은 이러한 호응에 힘입어 이날 4시경 열린 결승전을 라디오로 생방송해 국내 거주 외국인들에게 생생한 소식을 전했다. 또 tbs TV는 결승전 경기를 녹화해 6월 11일 방송할 예정이다. 이날 대회 우승은 아일랜드가 미국을 3-0으로 이기고 차지했다. 이준호 tbs 본부장은 “올해는 월드컵 분위기 덕분에 더 많은 외국인이 모여 즐겼다”며 “앞으로 세계화와 다문화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행사로 키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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