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cup D-100]“유니폼이 실력이다” 이미지 확 바꾸는 패션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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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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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유니폼은 팀의 이미지와 직결된다. 대한민국의 빨간색, 네덜란드의 오렌지색, 이탈리아의 파란색처럼 유니폼에서 중요한 것은 팬들이 그 나라를 기억하는 색이었다. 과거 유니폼 모양은 헐렁한 셔츠에 반바지가 전부였다. 운동장을 달릴 때면 휘날리는 머리카락에 맞춰 유니폼도 펄럭이곤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유니폼은 선수 몸에 달라붙기 시작했다. 선수들의 탄탄한 몸매를 드러내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유니폼이 경기능력 향상을 위해 진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더 가볍게, 더 상쾌하게 바뀌는 것이 핵심이다.

1995년부터 대한민국 대표팀의 유니폼을 후원하는 나이키는 2년마다 한 번꼴로 새로운 유니폼을 내놓았다. 나이키가 지난달 26일 선보인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한국팀 유니폼은 예전 유니폼보다 15% 가벼워졌다. 또 상의 양쪽과 하의의 허리 아래쪽에 있는 ‘통기(通氣)부’가 전에 비해 7%까지 공기 흐름을 향상시켜 수분 증발이 빨라졌다. 선수들은 경기 내내 쾌적한 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신축성도 증가했다. 유니폼을 입어본 국가대표 이청용(볼턴)은 “입었을 때 느낌이 가벼워 편안했고 통기성이 뛰어나 격렬한 경기에서 끝까지 좋은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유니폼 과학이 혁신적으로 진보한 것은 2002년이었다.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나온 대표팀 유니폼은 사상 최초로 두 겹으로 이뤄져 체온 조절과 통풍 기능이 향상됐다. 이 때부터 나이키는 유니폼에 ‘쿨 모션(Cool Motion)’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선수들이 최상의 플레이를 펼칠 수 있도록 기능 향상에 열을 올렸다.

2004년 나온 유니폼은 무게가 185g에서 155g으로 줄여 선수들로 하여금 옷을 입지 않은 듯한 기분이 들게 했다. 원단을 박음질이 아닌 ‘제로 디스트랙션(Zero Distraction)’이라는 접착 공법으로 이은 것도 이 때가 처음이다. 접착 공법은 천을 꿰맸을 때 생기는 선인 솔기를 없애 무게와 부피를 줄이고 솔기로 인한 피부 쓸림 현상도 방지한다. ‘스피어 드라이’라는 섬유 기술을 도입한 2006년 유니폼은 섬유 안쪽 표면을 돌기 모양으로 만들어 옷이 달라붙지 않도록 했다. 습도 조절 및 냉각 기능도 향상됐다.

과학의 발달로 월드컵에서 더 이상 땀에 쩔은 유니폼은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대신 첨단 유니폼을 착용한 선수들의 빠르고 역동적인 플레이가 기다리고 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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