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혁(31·서울시청)은 대뜸 “창피하다”고 했다. 어느덧 다섯 번째 맞이하는 동계올림픽. 그러나 그는 “자랑이 아니다”라고 잘랐다. “20년 동안 매번 반성만 했다. 이젠 반성은 그만 하고 꼭 메달을 목에 걸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이규혁은 2010밴쿠버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팀의 맏형이다.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부터 5회 연속 올림픽 무대를 밟는다. 그동안 늘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희망이자 대들보로 불렸던 그. 하지만 메달은 늘 간발의 차로 눈앞에서 멀어졌다. 그는 마지막 도전의 장소인 밴쿠버에서 꼭 한을 풀 생각이다.
각오도 그만큼 남다르다. 2010년 2월을 기다리면서 땀과 눈물로 4년을 벼렸다. “그동안 많은 준비를 해왔다. 이번엔 꼭 성공하고 싶다”는 말에는 순도 100%%의 진심이 담겨 있다.
현재 기상도는 ‘쾌청’. 이달 치른 두 번의 월드컵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를 땄다. 500m와 1000m 모두 메달 전망이 밝다. 대회가 거듭될수록 기록이 더 좋아지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다. 대표팀 코칭스태프도 “이번엔 예감이 좋다. 뭔가 해낼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의 각오도 단호했다. “어떤 메달 색을 원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내 속에 있는 메달 색은 단 한 가지뿐이다.”
목표는 하나 더 있다. 언제나 쇼트트랙 다음이었던 스피드스케이팅의 위상을 끌어올리는 것. 이규혁은 “전통은 스피드스케이팅이 훨씬 더 오래됐다. 그래서 그만큼 더 메달을 따기 힘든 것”이라면서 “지금까지 출전한 올림픽 중 이번 멤버가 가장 강하다고 자부한다. 열심히 노력해서 우리도 이제 이 정도 위치에 올랐다는 걸 꼭 알려드리겠다”고 다짐했다.배영은 기자 y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