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선 ‘칸첸중가 등정시비’의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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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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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정실패 의혹
8000m서 카메라에 잡혀
3, 4시간뒤 登頂 불가능
8400m 부근 깃발 발견

오씨 측 반박
동행 촬영팀 “8400m였다”
셰르파도 “정상 등정 맞다”
옷속에 넣어둔 게 빠진 것


오은선 씨가 5월 6일 칸첸중가(해발 8586m)의 정상에서 찍었다는 사진. 짙은 안개 때문에 오 씨를 둘러싼 주변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오 씨의 칸첸중가 등정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오 씨는 “명예를 걸고 정상에
올랐다”고 맞서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오은선 씨가 5월 6일 칸첸중가(해발 8586m)의 정상에서 찍었다는 사진. 짙은 안개 때문에 오 씨를 둘러싼 주변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오 씨의 칸첸중가 등정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오 씨는 “명예를 걸고 정상에 올랐다”고 맞서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여성 산악인 오은선 씨(43·블랙야크)의 칸첸중가(해발 8586m) 등정 여부를 놓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산악계 일각에서 오 씨가 칸첸중가 정상을 밟지 못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논란의 핵심은 ‘그가 5월 등반 때 TV 카메라에 마지막으로 잡힌 게 오후 2, 3시경 8000m 지점이었다’는 것. 오 씨가 정상 등정을 알려온 것은 오후 5시 40분. 500m 이상을 오르는데 등반시간은 지나치게 짧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산악인 허영호 씨는 “오은선의 등정시간은 지구상에서 한두 명 있을까 말까 한 슈퍼우먼의 기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현장에 있었던 KBS 촬영팀 정하영 감독은 “오 씨가 마지막으로 카메라에 잡힌 것은 오후 2시경이었고 8400m 전후 지점”이라고 밝혔다. 정 감독은 2000년 5월 엄홍길 씨가 칸첸중가에 오를 때도 동행했다. 당시 엄 씨는 기상악화로 정상보다 100여m 낮은 지점에서 비박을 한 뒤 오전 4시 반에 출발해 오전 6시에 정상에 섰다. 오 씨와 함께 칸첸중가 정상에 오른 다와 옹추 셰르파(37)는 9월 오은선 안나푸르나원정대와 동행한 기자에게 “오 씨가 밟은 곳은 한국 산악인 한왕용 대장이 밟은 칸첸중가 정상과 같은 곳”이라며 “만약 오 씨가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면 다른 사람도 못 오른 것”이라고 말했다. 4번이나 칸첸중가 정상에 오른 옹추 셰르파는 한 씨가 2002년 칸첸중가에 오를 때 함께 올랐다.

정상 사진이 명확하지 않아 객관적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은 오 씨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오 씨는 “당시 짙은 안개로 사진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같은 정상이라 하더라도 당시 상황과 어떤 각도에서 찍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오 씨와 여성 세계 최초 14좌 완등 경쟁 중인 에두르네 파사반(스페인)이 같은 구간을 12시간 넘게 걸려 올랐다는 것은 캠프4(7800m)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캠프4에서 정상까지 오 씨의 등정 시간은 오히려 20시간 20분으로 훨씬 길다.

미등정 의혹이 최초로 제기된 건 오 씨의 칸첸중가 정상 등정 직후 한국의 다른 원정대가 정상으로 가는 도중 오 씨의 모교인 수원대 깃발이 놓여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 발단이 됐다. 오 씨가 정상으로 착각해 엉뚱한 곳에 깃발을 꽂았다는 주장이다. 오 씨는 3일 기자회견을 열어 미등정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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