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반쪽 투표… 집행부 생각대로 탕탕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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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3일 07시 00분


선수협 노조 추진 향후 전망은?

선수협 손민한 회장(왼쪽)과 권시형 사무총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2일 정기총회에 앞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선수협은 난상토론
끝에 찬반투표를 실시했고, 결국 노조 설립을 추진한다는 원칙적인 합의를 도출해 냈다.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선수협 손민한 회장(왼쪽)과 권시형 사무총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2일 정기총회에 앞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선수협은 난상토론 끝에 찬반투표를 실시했고, 결국 노조 설립을 추진한다는 원칙적인 합의를 도출해 냈다.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대상자 530명 중 205명만 투표

절반도 안돼… LG·삼성은 불참

“노조 추진 그 자체에 대한 찬성”

투표 선수들 당장 설립 회의적

KIA·두산 “분위기 이끌려 참석”

반대 구단 추가 이탈 가능성 커


격론이 오갔고, 투표 중단 사태까지 빚어졌다. 삼성과 LG, 두 구단 소속 선수들은 찬반투표에 불참했다. 그러나 결국 205명의 투표자 중 188명, 91%%의 찬성으로 노동조합 설립 추진 의지를 확인했다.

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가 2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정기총회를 열고 노조 설립 추진을 결의했다. 한국프로스포츠 사상 첫 노조 출현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그러나 삼성 등 두 구단이 노조 설립에 대해 명확한 반대 의사를 표시했고, 추가 이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선수협의 노조 추진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노조 설립, 당장 추진은 아니다.

손민한 회장은 총회 후 브리핑에서 “지금 당장 노조를 설립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우선 선수들의 의사만 확인한 것”이라며 “앞으로 구체적인 추진 일정 등은 각 구단 선수회 회장들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결정한다”고 발표했다.

총회도 거쳤는데 당장 추진이 아닌 이유는 무엇일까. 일각에서 찬반투표를 통한 노조 추진 의사 확인이 한국야구위원회(KBO)와의 협상카드가 아니냐고 의문점을 제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대해 손 회장은 “전에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렇고 협상카드로 쓸 생각은 1%%도 없다. KBO는 협상카드가 통하는 단체도 아니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2년간 선수협 회장을 맡으면서 현 상황 하에서는 선수들의 권익을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노조밖에 답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노조 추진 이유를 재차 강조했다.

530여명 참가 대상 중 적지 않은 인원이 총회에 불참, 노조 추진 결정에 대한 대표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주인을 기다리며 행사장 앞 테이블에 놓여 있는 이름표.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530여명 참가 대상 중 적지 않은 인원이 총회에 불참, 노조 추진 결정에 대한 대표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주인을 기다리며 행사장 앞 테이블에 놓여 있는 이름표.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대표성 갖췄나?

선수협이 밝힌 이날 총회 참석 대상인원은 총 530여명. 8개 구단 1·2군 선수 전체에 신고선수까지 포함한 인원이다. 그러나 현장에는 273명(위임장 제출 포함)이 참석했고 삼성 LG 선수들을 제외한 205명만이 투표를 했다.

선수협은 ‘참석자의 과반수(137명) 이상 찬성’에 따라 선수들의 의지를 확인했다고 해석했지만, 노조 추진이란 중대 사안임을 고려하면 참석자가 아닌 재적인원(530여명) 기준으로 봐야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손 회장은 “총회에 참석한 인원과 투표에 응한 선수 숫자를 본다면 대표성은 충분하다고 본다. 선수들의 의지를 확인한 게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삼성과 LG 두 구단 선수단이 빠져 아쉽지만 억지로 끌고 가서도 안 되는 것이고, 끌고갈 수도 없는 것이다. 언젠가 두 구단 선수들도 노조에 함께 하길 바란다”고 했다. 총회에서 선수들의 의지를 확인한 이상 반대 의사를 밝힌 삼성과 LG 두 구단을 빼고 노조설립을 추진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였다. “노조를 설립하더라도 노조에 참여하고 안 하고는 당연히 선수들 개인의 선택”이란 설명도 곁들였다.

○추가 이탈 가능성은 없나?

8개 구단 중 삼성과 LG, 두 팀 이외에도 KIA와 두산 역시 총회 전 반대 의사를 갖고 있었다. KIA 모 선수는 총회 시작 전 삼성과 LG가 반대 의사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한 두 팀이 빠진다면 우리도 빠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분위기에 이끌려 우여곡절 끝에 KIA 선수들은 찬반투표에 참가했고, 대다수는 찬성표를 던졌다. 두산 역시 마찬가지였다.

KIA와 두산, 그리고 타팀 일부 선수들은 총회 후 “노조를 지금 당장 추진하겠다는데 찬성한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 노조 추진에 대한 찬성 의사만 밝힌 것”이라고 했다. 삼성과 LG, 두 팀 이외에도 앞으로 추가 이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올 4월 선수협이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노조 추진 의사를 밝히자 총의를 대변했다는 선수협 입장과 달리 삼성, LG가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다른 팀의 연쇄 이탈이 발생한 적이 있다.

당시도 그렇지만 이번 총회도 상향식 의사 결정이 아닌 집행부의 뜻을 설득시키는 하향식 의사결정이었다. 손 회장이 밝혔듯, 앞으로 각 구단 선수회장으로 구성된 이사회가 노조 추진에 대한 전권을 행사하게 된다. 이 이사회가 집행부의 기대대로 일사불란한 모습으로 노조 추진에 돌입할지는 미지수다.

김도헌 기자 dohney@donga.com
사진 |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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