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대로 휘슬 불어야 경기도 선수도 살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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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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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삑’ 고금복 심판(오른쪽)이 22일 열린 성남 일화와 인천 유나이티드의 6강 플레이오프에서 성남의 사샤에게 레드카드를 보여주며 퇴장 명령을 내리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고금삑’ 고금복 심판(오른쪽)이 22일 열린 성남 일화와 인천 유나이티드의 6강 플레이오프에서 성남의 사샤에게 레드카드를 보여주며 퇴장 명령을 내리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6강 PO때 3명 퇴장’ 고금복 심판의 심판론

“제가 휘슬을 많이 불어 팬들이 ‘고금삑’이라고 부르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룰을 정확히 적용해야 경기도 살리고 선수도 살릴 수 있습니다.”

22일 열린 성남 일화와 인천 유나이티드의 K리그 6강 플레이오프 때 3장의 레드카드를 꺼내 화제를 모았던 고금복 심판(40). 그는 성남의 사샤와 신태용 감독, 조병국을 차례로 퇴장시켰다. 그는 선수와 감독들에게는 ‘잔인한 심판’으로 통하지만 팬들에게는 ‘판정 잘 하는 포청천’으로 알려져 있다. 29일 열리는 포항 스틸러스와 성남의 플레이오프를 위해 경주에서 다른 심판들과 합숙하고 있는 그를 27일 전화로 만났다.

○ 가벼운 파울 봐주면 경기 거칠어져

“축구 규칙은 전 세계가 하나입니다. 심판은 그 룰에 따라 판정하는 것입니다. 선수나 감독 입장에서는 이기려는 의욕이 넘치다 보니 자신의 입장에서만 판단합니다. 심판도 인간이라 실수를 할 수는 있지만 규칙대로 불 뿐입니다.”

고 심판은 파울이 나면 바로 휘슬을 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너무 많이 불면 경기의 맥을 끊을 수 있지만 경기와 선수를 살리기 위해선 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가벼운 파울이라도 이를 무시하면 경기가 거칠어집니다. 자칫 선수가 다칠 수 있죠. 과거 심한 파울로 선수 생명이 끝난 선수들이 있는데 이는 심판의 책임이기도 합니다”라고 말했다.

○ 국내 심판에 대한 편견 버렸으면

그는 동업자 정신을 강조했다. 축구를 즐기기 위해 선수와 감독, 심판, 팬이 동업자라는 생각을 가져야 하는데 한국 축구는 아직 그게 부족하다는 얘기다. 그렇다 보니 판정 때마다 모든 책임을 ‘심판 탓’으로 돌린다는 지적이다.

“외국 심판에게는 아무 소리 못하고 국내 심판에게는 사사건건 항의할 때 서글픕니다. 판정은 비슷한데 외국 심판의 판정엔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국내 심판은 제대로 봐도 욕을 얻어먹습니다. 이젠 그런 편견을 버려야 합니다.”

배재고와 중경산업대(현 우송대)를 거친 고 심판은 모교 배재고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다 1998년 심판으로 변신했다. 1999년과 2001년 실업리그 최우수심판상을 받았고 지난해에는 K리그 최우수심판상을 수상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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