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허실실 전법…차두리가 달라졌다

  • Array
  • 입력 2009년 11월 19일 07시 00분


차두리.스포츠동아DB
차두리.스포츠동아DB
이번 유럽 전훈에 나선 대표팀 멤버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다름 아닌 차두리(30·프라이부르크)다. 훈련장을 오고갈 때 늘 밝은 표정으로 취재진에게 덥석 악수를 청하는 것은 물론 이동국(전북)을 인터뷰하고 있을 때면 옆에서 “이동국” “이동국”을 연호하고, 덴마크전이 끝난 뒤 이근호(주빌로 이와타)의 말을 듣기 위해 버스 앞까지 따라붙자 옆을 지나며 “아유, 우리 (이)근호 좀 그만 괴롭혀요”라고 너스레를 떤다.

뿐만 아니다. 솔직하면서도 논리정연한 말로 취재진의 귀를 사로잡는다. 선수의 멘트는 기사를 쓰는데 가장 중요한 소스 중 하나다. “열심히 하겠다” “승리로 보답 하겠다” “유럽축구를 상대하는 법을 배우겠다”는 판에 박힌 답안은 가장 난감하다. 그러나 차두리는 덴마크에서 훈련을 마친 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피지컬 트레이너 토니 스트러드웍과 함께 한 소감이 어땠냐고 묻자 싱긋 웃으며 “다들 보셨잖아요. 유럽에서 늘 하던 거라 큰 차이는 없어요”라고 솔직하게 답했다. 사실 맨유에서 피지컬 트레이너가 아니라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온다 한들 하루 이틀 훈련으로 선수들이 특별한 느낌을 받지는 쉽지 않다. 그래서 이런 답변에 훨씬 수긍이 간다. 최근 소속 팀에서 다소 부진한 경기력을 보인 것을 지적하자 “1년 반 동안 계속 경기에 나가 조금 피로한 상태였죠. 근육도 안 좋아졌고. 리듬 상 올라갈 때가 있으면 내려 갈 때가 있는데 지금이 그런 시기인 것 같네요. 프로세계에서 기량을 못 보여주면 다른 선수에게 기회가 가는 게 당연한데 작은 슬럼프이지만 극복 해야죠”라며 나름의 분석이 곁들여진 답변을 내놨다.

차두리는 지난 달 세네갈 전을 앞두고 3년 만에 대표팀에 뽑힌 직후 “잘 모르는 후배들도 많아 아직은 어색하다”고 털어놨다. 발탁 두 번째인 지금은 많이 녹아든 모습. 한참 어린 기성용(20·FC서울), 이청용(21·볼턴)과 훈련 도중 장난을 치기도 하고 영국 런던으로 이동하기 위해 덴마크 코펜하겐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릴 때는 치열하게 주전경쟁을 벌이고 있는 오범석(울산)과 격의 없이 농담을 주고받는 모습도 보였다.

외형적인 모습 뿐 아니라 기량으로도 자신의 존재가치를 당당하게 입증했다. 월드컵 최종예선 내내 붙박이 오른쪽 풀백으로 뛰었던 오범석을 밀어내고 대표팀 선발 2경기 만에 단숨에 주전자리를 꿰찼다. 대표팀 박태하 코치는 “차두리가 덴마크 전을 통해 허정무 감독께 확실한 신뢰감을 심어줬을 것이다”고 평했다. 다른 대표팀 관계자 역시 “차두리는 기본기가 가장 탄탄한 선수 중 하나다. 그렇지 않고 어떻게 분데스리가에서 뛸 수 있겠느냐. 대표팀 전력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런던(영국)|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