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의 스포츠클럽] 김태균 일본행이 능사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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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9일 07시 00분


올해 FA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는 한화의 김태균이다.

과찬으로 비춰질지 모르겠지만 WBC 때 보여준 그의 타격은 결점과 약점을 거의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스윙 메커니즘을 보여주었다. 일본의 하라 감독도 김태균의 스윙은 완벽에 가깝다며 결승전을 앞두고 경계와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기억이 새롭다. 그와 나눈 대화 중 짧은 스윙궤적에 엄청난 힘을 발휘하는 스윙은 최고라는데 서로 동감했었다.

만일 김태균이 시즌 초반 부상을 당하지 않았더라면 타격 3관왕을 노려도 좋았을 정도로 그의 타격은 최고조에 달한 한해로 예상됐다. 실제 국내 우타자 중엔 김태균, 좌타자 중엔 김현수의 타격은 매우 안정되어 있고 정교함과 힘이 겸비되어 있어 대표적인 타자로 분류할 수 있다. 그들은 올림픽, WBC를 통해서도 국제 경쟁 능력이 입증된 스타들이다.

문제는 김태균의 일본 진출시 성공여부다. 일본팀들이 탐을 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필자의 견해로는 그의 일본진출은 고려할 점도 많다고 본다.

왜일까? 야구를 흔히 투수놀음이라 하는 것은 투수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기 때문인데, 그것은 투수와 타자의 싸움에도 해당된다. 투수가 타자를 맞아 볼넷을 허용하더라도 홈런은 허용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으면 타자는 치기 어려운 것이 야구다.

이승엽의 말처럼 투 스트라이크 스리 볼 때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오다 갑자기 떨어지는 포크볼이 들어오면 배트가 나가지 않을 수 없다. 외국인 선수로 홈런타자 역할수행 부담은 타석에서 공격적일 수밖에 없다.

김태균도 심한 견제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을 예상하고 대처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투수가 칠 수 있는 공을 던져주지 않으면 타자는 안타·홈런 치기어렵고, 서두르고 초조하다보면 스스로 리듬이 깨지면서 슬럼프에 빠진다. 즉, 심하게 견제받는 홈런타자들은 유인구에 대한 적응에 한계가 엄연히 존재한다.

그 외 수비, 베이스러닝도 일정 수준 이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으며 기후적응, 일본 스타일에 대한 분석, 대비 등 만만치 않은 과제들이 기다리고 있다. 최근 우리 야구에 자존심이 상해있는 일본 야구계가 한국의 WBC영웅에 큰 관심을 가질 것은 뻔하며 상대 투수들은 더욱 전의를 불태울 것이다.

따라서 김태균의 일본 진출은 본인의 확고한 신념과 자신감이 충만할 때 고려해야 할 것이다. 만일 일본행을 택할 경우엔 빠른 결정 후 철저한 사전준비와 심신을 단련할 시간을 확보해야만 성공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일본에 진출한 국내파들은 선동열, 이상훈, 임창용 등 투수들이 그나마 성공을 거둔 반면 이승엽, 이종범, 이병규 등 타자들이 고전한 이유는 위에 언급한 바와 같이 투수는 자신이 주체가 되지만 타자는 반대 입장인 것도 큰 이유 중의 하나다. 타자의 성공확률은 그만큼 힘들다는 이야기다.

일본야구는 메이저리그와 스타일이 다르다. 메이저리그는 아무리 뛰어난 타자라도 정면승부를 하면서 거물타자를 삼진으로 잡으려한다. 김병현이 배리 본즈, 새미 소사를 잡을 때와 같은 스타일이다. 김태균의 국내잔류, 해외진출 여부는 본인과 주변의 냉철하고 신중한 판단 아래 그가 내년에도 어디서든 최고의 타자 중 한명이란 걸 입증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야구해설가

오랜 선수생활을 거치면서 감독, 코치, 해설 생활로 야구와 함께살아가는 것을 즐긴다. 전 국민의 스포츠 생활화를 늘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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