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FA 선언이냐 잔류냐" 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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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6일 17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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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 스포츠동아DB
박찬호. 스포츠동아DB
'자유계약(FA) 선언이냐? 잔류냐?'

'코리언 특급' 박찬호(35.필라델피아 필리스)가 선택의 기로에 섰다. 미련을 버리지 못한 선발투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팀을 떠날 것인지, 아니면 생애 첫 우승반지를 위해 필라델피아에서 불펜 요원으로 남을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5일(한국시간) 막을 내린 미국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에서 네 차례 등판해 매 경기 호투를 펼친 박찬호는 다음시즌이면 한국 나이로 만 36세가 된다. 적지 않은 나이이기에 현역 은퇴를 앞두고 화려한 날개를 펼칠 마지막 기회라 생각할 때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박찬호는 선발투수에 대한 미련이 강하다. 올 시즌 초반 힘들게 따냈던 5선발 자리를 아쉽게 놓쳤기 때문이다.

박찬호는 시즌 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까지 포기하는 초강수를 두며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온 힘을 쏟아 5선발 경쟁에서 당당하게 승리했다. 그러나 선발로 나선 7경기에서 1승1패 평균자책점 7.08이란 초라한 성적을 기록한 박찬호는 찰리 매뉴얼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지 못했다. 결국 불펜으로 강등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찬호는 시즌 중반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선발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며 굳은 의지를 보였다.

당시만 해도 불펜에서 좋은 모습을 보일 경우 5선발을 가로챈 J.A 햅과 다시 경쟁해볼 만한 자신감에 차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시즌 끝까지 중간계투에 머물렀고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했다.

그래서 얻은 것이 생애 첫 월드시리즈 무대 진출. 뉴욕 양키스에 밀려 아쉽게 준우승에 그치고 말았지만, 1994년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16년 만에 꿈의 월드시리즈를 밟았다는 것 자체만으로 감격 그 자체였다.

그렇지만 절대 선발 자리는 포기할 수 없다. 그렇다고 5선발까지 잘 짜여진 필라델피아 선발진에 도전장을 내밀기에는 벽이 너무 높다. 매뉴얼 감독도 박찬호의 선발 능력보다는 불펜 재능을 높게 사고 있다.

결국 선발의 꿈을 다시 꾸기 위해서는 필라델피아를 떠나는 길 밖에 없다. 그리고 6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되는 자유계약(FA) 신청 기간에 FA를 선언해야 한다.

시장 상황은 나쁘지 않다. 올 시즌 FA를 선언할 것으로 예상되는 선발 투수들은 존 래키(LA 에인절스), 제이슨 마퀴스(콜로라도), 리치 하든(시카고 컵스), 조엘 피네이로(세인트루이스), 랜디 울프(LA 다저스) 등으로 예년에 비해 대어나 준척급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선발 보강이 절실한 팀으로서는 올해 부활투를 던진 박찬호를 잡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하지만 달콤한 유혹도 박찬호를 기다리고 있다. 월드시리즈 우승을 꿈꿀 수 있게 도와줄 필라델피아의 잔류다. 필라델피아는 내년에도 우승을 노릴 강팀이다. 특히 박찬호도 탄탄한 입지를 구축한 만큼 잔류를 택한다면 방출 위험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진회 동아닷컴 기자 manu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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