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의 멀리건] 앤서니 김과 존 댈리 사생활이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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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3일 13시 06분


앤서니 김 [스포츠동아 DB]
앤서니 김 [스포츠동아 DB]
PGA 투어 골퍼 존 댈리(43)하면 떠오르는 게 두 가지다. 괴력의 장타와 절제가 안 되는 자유분방한 장외 생활태도다. 2003년 한국오픈 우승으로 국내 팬들에게도 매우 친숙하다.

신장 180cm, 체중 100kg이 넘는 댈리는 1987년에 프로에 데뷔했다. 쉽게 드라이브 350야드를 때리는 폭발적인 샷으로 팬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대부분의 아마추어 골퍼들은 장타에 대한 핸디캡을 늘 갖고 있다. 비거리가 늘어난다는 신제품이 꾸준히 팔리는 이유도 거리 때문이다.

댈리는 91년 메이저 타이틀 PGA 챔피언십트로피를 거머쥐면서 기량을 인정받았다. 장타자들은 쇼트게임에 약해 고비에서 우승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댈리는 95년 브리티시오픈마저 우승하며 PGA 투어의 톱클래스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한 차례 메이저 타이틀 우승은 우연일 수 있지만 두 번은 실력이 아니고서는 어렵다. 실제 95년 브리티시오픈 우승은 운이 크게 작용했다.

4대 메이저 타이틀 가운데 PGA 챔피언십은 묘하게도 톱클래스보다는 무명에 가까운 선수들이 자주 우승한다. 2002년 리치 빔, 2003년 션 미킬이 대표적이다. 빔은 지금까지 PGA 투어 통산 3차례 우승을 거뒀다. 미킬은 PGA 챔피언십이 유일한 우승이다. 댈리는 91년과 95년의 메이저 타이틀 우승 사이인 93년 마스터스에서도 3위에 랭크되며 만만치 않는 실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95년 브리티시오픈 우승 이후 댈리의 골프인생은 바닥으로 추락했다. 댈리는 두 차례 메이저타이틀 우승으로 자격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한번도 라이더컵 멤버로 출전하지 못했다.

댈리는 이후 술, 도박, 마약, 이혼으로 점철된 인생을 보냈다. 스폰서들도 떨어져 나갔고, 상금랭킹 50위에 포함되지 못해 주최 측 초청으로 간간이 대회에 출전하곤 했다. 메이저타이틀은 10년 동안 출전자격이 주어진다.

지난 시즌에는 PGA 팀 핀첨 커미셔너로부터 6개월 출장정지의 중징계를 받기도 했다. 복싱의 마이크 타이슨처럼 정상에서 나락으로 떨어진 대표적인 선수 가운데 한 명이다. 징계가 해제된 뒤 댈리는 유럽투어에서 복귀 무대를 마련하고 올해 PGA 투어로 컴백했다.

하지만 자유분방한 삶은 변하지 않았다. 체중은 수술로 92kg까지 줄어들었다. 보통 사람은 감히 소화할 수 없는 울긋불긋한 바지에 프라이빗 코스에서 웃통을 벗고 골프 치는 모습이 유튜브로 퍼지기도 했다.

댈리는 여전히 인기가 높다. 갤러리들이 댈리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추어들과 흡사한 골프매너와 갑자기 무너지는 스코어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80대 중반은 주말 골퍼들 스코어나 다름없다.

지난 1일 스페인에서 벌어진 볼보 월드매치플레이챔피언십 준결승전에서 맞붙은 호주의 로버트 앨런비는 프레지던츠컵 대회를 마친 뒤 앤서니 김을 ‘새로운 존 댈리’라고 비난해 물의를 일으켰다. 앨런비는 나중에 사과는 했지만 당시 앤서니 김이 대회 전날 파티에서 술을 마시고 새벽 4시에 호텔방에 돌아왔다며 절제하지 않는 태도를 비난했다.

앤서니는 얌전하고 골프에만 전념하는 선수는 아니다. 어린 나이에도 당돌하고 파티를 좋아하고 대회 전날에도 술을 마시는 것을 목격한 PGA 선수들이 있는 게 사실이다. 오프 시즌에 골프채를 한번도 만지지 않는다고 인터뷰했던 앤서니다. ‘제2의 존 댈리’보다는 ‘제2의 타이거 우즈’로 평가받는 게 좋겠지만 앤서니는 현재 자신의 인생을 살고 있는 모습이다.

LA | 문상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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