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나연 역전 우승 “강심장이라 불러주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2일 03시 00분


하나銀-코오롱 챔피언십서 시즌 2승
‘새가슴’ 오명서 완전히 벗어나
신지애 6위, 올해의 선수상 순항

‘얼짱 골퍼’ 최나연(22·SK텔레콤)은 치마를 입지 않기로 유명하다. 예전에 그 이유를 물었더니 이렇게 말했다. “중고교 시절 친구들이 다리가 못생겼다고 놀렸거든요. 콤플렉스예요. 호호∼.”

그런 최나연이 시상식에서 청홍색 곱디고운 궁중 한복을 입고 등장했다. 머리에는 조바위라는 전통 방한모를 쓰고 한껏 멋을 냈다. 도자기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추는 그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2만7000여 갤러리의 박수갈채도 멈출 줄 몰랐다.

1일 인천 스카이72GC 오션코스(파72)에서 끝난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하나은행 코오롱챔피언십. 최나연은 강풍 속에서도 보기 없이 버디 5개로 5타를 줄여 합계 10언더파 206타로 우승했다. 챔피언 조에서 맞대결을 펼친 청야니(대만), 마리아 요르트(스웨덴)를 1타 차로 따돌린 극적인 승리였다. 최나연은 9월 삼성월드챔피언십에서 55번째 도전 끝에 첫 승을 신고한 뒤 3개 대회 만에 2승째를 거뒀다. 우승 상금 25만5000달러(약 3억 원)를 보태 상금 5위. 최근 2년 연속 외국인선수에게 내준 우승컵을 되찾은 최나연은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지키고 싶었다”며 기뻐했다.

요르트와 공동 선두로 18번홀(파5·500야드)에 나선 최나연은 투온을 작심한 듯 드라이버로 호쾌한 장타를 날렸다. 바람을 타고 날아간 공은 핀까지 211야드 거리에 안착했다. 19도 하이브리드 클럽으로 날린 두 번째 샷은 그린 바로 앞 프린지에 떨어졌다.

이때 마치 시계를 두 달 전으로 되돌린 듯 삼성월드챔피언십 최종일 18번홀과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최나연은 당시 선두였던 미야자토 아이(일본)가 투온을 노리다 그린 앞 연못에 공을 빠뜨려 역전 우승 기회를 잡았다. 이번에는 요르트가 200야드 정도를 남기고 4번 아이언으로 투온을 시도하다 공이 연못에 빠졌다. 세 번째 샷을 핀까지 11m 남긴 것도 삼성챔피언십 때와 똑같았다. 당시 최나연은 불안한 마음에 퍼터를 잡았으나 짧게 쳐 힘겹게 버디 퍼트를 넣었다. 하지만 이날 그는 58도 웨지로 공을 홀 한 뼘 거리에 붙여 가볍게 버디를 낚았다. 요르트는 벌타 후 파로 마무리했다. 1타 차 3위였던 청야니는 투온을 시도하다 그린 왼쪽 벙커에 빠뜨린 뒤 버디를 낚아 공동 2위로 올랐다.

첫 승 후 “새가슴이라는 오명을 씻었다”고 한 최나연은 “우승을 못했을 때는 떨렸지만 요즘은 자신감이 넘친다. 짧게 치던 퍼트도 홀을 지나칠 만큼 과감해졌다. 실패라는 단어는 머릿속에서 사라졌다”고 말했다.

신지애(21·미래에셋)는 전날 공동 17위에서 6위(3언더파)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올해의 선수 포인트에서 141점을 기록해 공동 44위(6오버파)에 그친 로레나 오초아(131점·멕시코)와 격차를 벌렸다.

인천=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김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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