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튜, 브리티시여자오픈 우승 원동력… ‘엄마 골퍼’의 경험은 위대했다

  • 입력 2009년 8월 4일 08시 26분


“더 잃을게 없다” 여유만만 플레이 친숙한 링크스 코스도 한몫 ‘톡톡’

골프 계에 노장열풍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달 브리티시오픈에서 톰 왓슨이 아름다운 투혼을 발휘한 데 이어, 3일(한국시간) 끝난 리코 브리티시여자오픈(총상금 220만 달러)에서는 마흔살의 베테랑 카트리나 매튜(스코틀랜드)가 우승을 차지했다. 공교롭게도 둘 다 링크스 코스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브리티시여자오픈이 열린 잉글랜드 랭커셔의 로열 리덤&세인트 앤스 링크스는 악명 높은 코스와 변덕스러운 날씨로 유명하다. 그래서 변수도 많다.

지난 1998년 대회 때 처음 링크스 코스에서 플레이를 한 박세리는 무려 20오버파 308타라는 충격적인 스코어를 받아들었다. 박세리는 경기를 마친 뒤 “다시는 떠올리기 싫은 지긋지긋한 코스였다”며 치를 떨었다. 링크스 코스란 이런 곳이다. 그 어떤 선수에게도 호락호락하지 않는다.

이번 대회에서도 선수들의 악전고투가 계속됐다. 1라운드부터 시속 48km의 강풍이 몰아치면서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선수들이 속출했다. 강수연은 첫날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12타 만에 홀 아웃을 한 뒤 그대로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스스로 경기를 포기했다. 우승후보로 손꼽히던 김인경(21·하나금융)과 최나연(22·SK텔레콤)도 1라운드에서 간담을 쓸어 내렸다. 9오버파 81타와 8오버파 80타를 치며 컷 탈락 위기에 몰렸다. 강풍과 긴 러프, 항아리 벙커에 넋을 잃은 대가다. 다행히 2라운드에서 언더파 스코어를 기록하며 3라운드 진출에 성공했지만 하마터면 망신을 당할 뻔 했다. 우승후보로 평가받던 선수들조차 링크스 코스의 악명에 두 손을 든 상황에서 매튜는 이번 대회 참가선수 중 유일하게 언더파 스코어를 기록하며 우승컵의 주인공이 됐다. 마흔에 일궈낸 쾌거다.

매튜는 이번 대회에서 가장 여유로운 플레이를 펼쳤다. 나흘 내내 경기를 치르는 모습에서 다른 선수들에 비해 한결 여유롭게 보였다. 링크스 코스에 대한 부담이 덜했기 때문이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매튜는 링크스 코스에 익숙하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줄곧 비슷한 코스에서 플레이해왔기 때문에 링크스 코스가 주는 부담을 덜 받는다. 매튜는 경기 후 “이 정도의 바람은 경기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다”며 익숙한 듯 말했다.

편안한 마음도 우승의 원동력이 됐다. 3개월 전 둘째 아이를 출산하고 투어에 복귀한 매튜는 성적에 대한 부담이 덜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메이저대회라는 부담을 안고 플레이한 반면, 매튜는 잃을 게 없었기 때문에 편안한 플레이를 펼칠 수 있었다.

SBS골프채널 천건우 해설위원은 “링크스 코스에서는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실수를 했을 때 곧바로 만회하기 위해 욕심을 내는 것은 더 큰 실수를 초래한다. 어린 선수들은 이런 심리적인 부담을 이겨내지 못했다. 반면 매튜는 링크스 코스에 대한 부담도 적었고, 많은 경험에서 터득한 여유까지 더해져 다른 선수들에 비해 훨씬 안정되고 편안한 상태에서 플레이를 펼쳤다”고 우승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대회에서 대부분의 선수들은 링크스 코스에 대비해 펀치 샷을 익혔다. 낮은 탄도로 날아가는 펀치 샷은 바람의 영향을 덜 받는다. 그러나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대회가 후반으로 갈수록 날씨까지 변덕을 부리면서 더욱 힘들게 했다. 마지막 날에는 기온이 14도까지 내려가 선수들이 두툼한 옷을 입고 플레이를 펼쳐야 할 정도였다. 옷을 많이 끼워 입으면 스윙에 지장을 주기 마련하다. 더욱이 간결하게 스윙해야 하는 펀치 샷에는 나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천 위원은 “링크스 코스를 극복하기 위해선 다양한 샷 기술보다 경기를 풀어가는 지혜가 더 필요하다. 성적에 대한 조바심이 앞선 어린 선수들은 노련한 선수들에 비해 이런 지혜가 떨어지기 마련이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이는 거저먹는 것이 아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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