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씽 스페셜] 김성근 감독 “SK는 무늬만 1위”

  • 입력 2009년 5월 13일 08시 23분


무작정 독주? 이유있는 항변… 초반 스케줄이 성적 유리하게 작용 “승부는 이제부터”

“무작정 ‘독주’라고 하지 말고 내용을 봐야지.”

2년 연속 페넌트레이스·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올해도 변함없이 1위를 달리고 있는 SK.

김성근 감독이 시즌 초부터 “우리는 이전처럼 독보적으로 강하지 않다”고 항변해왔지만 고개를 끄덕이는 이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엔 김 감독이 신빙성 있는 ‘근거’를 제시했다.

김 감독은 12일 잠실 LG전에 앞서 “아직 상위권 팀들과의 경기를 많이 치르지 않았다. 우리의 승수는 대부분 하위권 팀들을 상대로 쌓아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SK가 ‘강자’인 것은 맞지만 ‘절대 강자’는 아니라는 뜻이다.

○롯데·히어로즈·한화가 20승 중 16승 헌납

11일까지 SK의 성적은 20승4무8패. 2위 LG(18승1무13패)와는 3.5경기 차였다.

그런데 그 20승 중 16승이 7개 구단 중 단 세 팀과의 경기에서 나왔다. 나란히 하위권을 맴돌고 있는 롯데, 히어로즈, 한화다.

SK와 롯데의 천적 관계는 이미 잘 알려진 얘기.

지난해 6월부터 16연승을 하면서 올 시즌에도 5승1패로 월등히 앞서 있다.

한화전 성적 역시 4승1패. 히어로즈와는 벌써 세 차례 3연전을 치러 7승1무1패로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다.

○LG·두산·삼성과는 3연전 한 차례씩 만

반면 4강 사정권에 있는 LG, 두산, 삼성, KIA와는 단 한 차례씩 3연전을 치른 게 전부다. 세 경기를 싹쓸이한 팀도 없다.

앞섰던 팀은 2승1패를 거둔 삼성 뿐. 두산이나 KIA와는 나란히 1승1무1패로 백중세를 이뤘고, LG와는 홈에서 1무2패로 당해 3연패나 다름없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런데도 “SK의 독주를 막아야 한다”며 경계하는 시선들이 여전하니 김 감독으로서는 억울할 만도 하다.

김 감독은 “초반 스케줄이 이상하게 꼬이면서 올 시즌 잘 안 풀린 팀들과의 경기가 유독 많았다.

이러니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의 ‘독주’가 아닌 게 맞지 않느냐”고 거듭 강조했다.

○‘보약’과 ‘천적’이 관건

물론 다른 팀들 역시 대진표가 고르지는 못했다.

삼성과 롯데는 5월도 중반에 가까워진 12일에서야 시즌 처음으로 상대했을 정도다.

또 다른 상위권 팀들도 SK와 마찬가지로 ‘보약’ 팀들 덕분에 좋은 성적을 냈다.

두산은 한화와 KIA전에서 5승씩을 쓸어 담았고, 삼성도 LG(5승)와 한화(4승) 덕분에 초반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결국 강자들끼리의 ‘진검 승부’에서 누가 더 많이 웃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SK 입장에서는 14일까지 이어지는 LG와의 잠실 3연전이 ‘강팀에도 강한’ 면모를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잠실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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