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코트 ‘공포의 외인구단’

  • 입력 2009년 5월 8일 02시 56분


“일곱 빛깔 무지개 꿈을 꾸어요.” 6일 경북 문경시민정구장에서 열린 제87회 동아일보기 전국정구대회에서 남자 일반부 단체전 준우승을 차지한 창녕군청 김용국 감독(트로피를 든 사람)과 선수들이 7일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선수 6명에 평균 나이는 32세를 넘지만 꿈이 있기에 이들의 스매싱에는 힘이 넘친다. 문경=변영욱 기자
“일곱 빛깔 무지개 꿈을 꾸어요.” 6일 경북 문경시민정구장에서 열린 제87회 동아일보기 전국정구대회에서 남자 일반부 단체전 준우승을 차지한 창녕군청 김용국 감독(트로피를 든 사람)과 선수들이 7일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선수 6명에 평균 나이는 32세를 넘지만 꿈이 있기에 이들의 스매싱에는 힘이 넘친다. 문경=변영욱 기자
‘동아일보기 정구’ 男단체 준우승 창녕군청팀의 ‘헝그리 투혼’

창녕군청 남자 정구팀은 ‘코트의 외인부대’로 불린다. 마치 연고지 창녕군를 대표하는 우포늪을 떠다니는 부평초 같은 신세였기 때문이다. 이 팀 저 팀 떠돌아다니다 창녕군청 유니폼을 입고 하나가 된 그들은 저마다 곡절 많은 사연을 지녔다.

창녕군청은 6일 경북 문경시민정구장에서 열린 제87회 동아일보기 전국정구대회에서 남자 일반부 단체전 준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트로피는 놓쳤지만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성적을 거뒀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창녕군청은 6명의 선수로 이뤄졌다. 3복식과 2단식으로 치러지는 단체전 출전에 필요한 최소 인원으로 구성된 초미니 팀이다. 선수 교체는 생각도 할 수 없다. 만약 한 명이 부상으로 빠지면 출전조차 할 수 없다. 신윤수(33)는 복식과 단식에 함께 나서다 보니 체력이 달려 오른쪽 다리에 근육통이 왔다. 그는 “아파도 쉬겠다는 말을 할 수가 없다”고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6명의 선수는 모두 한 차례 이상 팀을 옮긴 경험이 있다. 박상국(33)은 광주동구청→서울시체육회→용인시청을 거쳐 창녕군청에 입단했다. 신윤수도 달성군청과 음성군청을 전전했다.

창녕군청은 정구단 1년 예산이 4억 원 안팎으로 다른 팀보다 2억 원 가까이 적다. 늘 허리띠를 졸라 매다 보니 A급 선수의 경우 1억 원까지 들어가는 스카우트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2001년 창녕군청을 창단해 줄곧 이끌고 있는 김용국 감독은 “신입선수 선발은 어려운 형편이라 다른 팀에서 방출되거나 그만둔 선수를 뽑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창녕군청 선수들의 평균 연령은 32.8세에 이른다. 팀 내 유일한 20대인 김기성(27)은 이천시청에서 뛰다 군 복무를 마친 뒤 복귀하려다 자리가 없어 팀을 옮겼다.

창녕군청은 24개 남녀 실업팀 중 유일하게 선수단 버스가 없다. 버스 구입에 관련된 결재를 두 번이나 올렸으나 퇴짜를 맞았다.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대회 때는 선수들이 직접 차량 여러 대에 나눠 타고 번갈아 운전대를 잡는다. 변변한 보약도 단체로 먹기가 힘들어 낚시광인 김용국 감독이 직접 잡은 붕어로 즙을 만들어 선수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김 감독은 “숙소 냉장고에 붕어 40마리가 냉동돼 있다. 이번에 힘 많이 썼으니 돌아가면 푹 고아서 먹일 생각”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고단한 생활의 연속이지만 창녕군청 선수들은 그 어느 팀보다 탄탄한 팀워크로 지난해에도 전국대회에서 두 차례 2위에 올랐다. 김 감독은 “최고 권위의 동아일보 대회에서 2위를 했으니 뭔가 변화가 있을 것도 같다. 내년에는 경남에서 열리는 전국체육대회 정구 경기를 창녕군에서 유치한 것이 호재”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창녕군청 선수들은 준우승한 날 밤 숙소인 모텔 근처의 한 호프집에서 조촐한 축하 파티를 열었다. 맥주에 강냉이 안주였지만 “건배”를 외치는 그들의 목소리가 유난히 힘차게 들렸다.

문경=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동아일보 주요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