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플러스] 안방마님 김상훈 ‘봄밤의 화력쇼’

  • 입력 2009년 4월 18일 07시 48분


LG전 5회 솔로포 이어 8회 만루포-KIA 대승 견인…“氣 모으기 효과”

“요즘 타율 1할대 아냐?”

KIA 조범현 감독은 17일 잠실 LG전에 앞서 이렇게 반문했다. ‘포수 김상훈이 살아난 것 아니냐’는 주변의 말을 들은 후였다.

전날까지 김상훈의 타율은 0.182(33타수 6안타). 4월10일 광주 삼성전에서 마수걸이 솔로포를 신고했을 뿐 11경기에서 3타점을 올린 게 전부였다.

하지만 조 감독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져 있었다. 김상훈이 전날 사직 롯데전에서 0-1 스코어를 뒤집는 적시 2루타를 터뜨린데다 안타를 3개나 몰아치며 상승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조 감독은 슬쩍 “확실히 한 주 전보다는 밸런스가 나아진 것 같다”는 평가를 덧붙였다.

그런데 그 이상이었다. 2000년 데뷔 이후 딱 두 번 밖에 없었던 그랜드슬램을 터뜨렸으니 말이다.

KIA가 7-0으로 앞선 8회 2사 만루. 김상훈은 LG 신인 투수 한희의 초구 커브(109km)를 힘껏 잡아당겨 왼쪽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는 115m. KIA의 대승을 축하하는 쐐기포였다.

앞서 7점을 뽑는 동안에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0-0이었던 1회 2사 만루에서 볼넷을 골라내 결승점을 뽑았고, 5회에는 LG 선발 심수창을 넉다운시키는 좌중간 솔로포(120m)로 물오른 힘을 과시했다.

그리고 결국 화끈한 만루포 한 방으로 데뷔 후 한 경기 최다 타점을 올리고야 말았다.

4타수 2안타 6타점. 최근 선발 투수들의 연이은 호투에도 불구하고 타선의 부진으로 승리를 눈앞에서 놓치곤 했던 KIA의 부활을 주장 김상훈이 앞장서 이끈 셈이다.

김상훈은 경기 후 “그동안 팀 타격이 저조해 어려운 경기를 했었는데, 이렇게 이겨서 기쁘다. 경기 전 타자들끼리 모여서 잘 해보자고 기를 모은 게 효과를 본 것 같다”면서 “초반에 점수가 많이 나와 편안하게 타석에 섰던 게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또 팀의 젊은 투수들을 일일이 보살피는 안방마님답게 “우리 팀은 투수가 안정적이기 때문에 타자들이 열심히 한다면 분명히 좋은 결과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으로도 KIA의 발걸음을 지켜보라는 자신감이나 다름없었다.

잠실|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화보](4/17일) KIA 14 : LG 0 생생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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