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씽 스페셜] 대한야구, 일본에 없는 □가 있다

  • 입력 2009년 3월 19일 07시 53분


한때 ‘아시아적 가치’란 말이 회자된 적이 있다.

서구 자본주의가 프로테스탄트 청교도 윤리에 기반한다면 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동아시아의 경제 성장은 유교 이념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는 논리였다.

여기서 아시아적 가치란 질서, 근면 같은 개념을 의미한다.

자유주의자나 좌파론자들은 아시아적 가치를 두고 ‘독재의 합리화’라 비판을 가하지만 한국, 일본 등이 이런 생각의 DNA를 공유하고 있는 것은 일정부분 현실이다.

본질적으로 민주주의가 통용될 수 없는 야구 스타일만 봐도 그렇다.

2009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야구는 아시아적 가치에 한국적 가치를 ‘퓨전’시켜 WBC 연속 세계4강의 위업을 달성했다.

연봉도 적고, 빅리거도 거의 없는 가운데 이룩한 한국야구 괴력의 원천은 어디 있을까.

○기본기+팀을 위한 헌신

3년 전 1회 대회 당시 ESPN 등 미국 주류 언론이 퍼펙트 4강(6전 전승)을 이룩한 한국팀에 관해 가장 주목한 지점은 수비력이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단 1개의 에러도 범하지 않았다. 유격수 박진만은 월드 클래스로 공인받았다.

한국이 8강리그전에서 메이저리그 올스타로 구성된 미국을 깨버리자 공식 홈페이지는 ‘도대체 어디서 나타난 녀석들인가?’라고 경악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아는 이름이라곤 김병현과 최희섭 밖에 없는 한국야구가 미국을 이겼다’고 촌평했다.

WBC는 본질적으로 단기전이다. 단기전은 승부처를 감지하면 그 지점에서 총력을 쏟아붓는 팀이 승산이 높다.

그러나 선수 개개인의 희생이 불가피하다. 연투, 도루 등 무리를 할 수도 있고, 번트를 대야하거나 대타 교체를 감수할 순간도 나온다.

WBC를 스프링캠프의 연장처럼 여기고, ‘나는 돈을 주는 구단 소속’이란 자의식이 강한 미국이나 중남미 선수들은 상상할 수 없겠지만 한국 선수들은 팀 승리를 위해 기꺼이 헌신하고, 돈과 부상 위험을 떠나서 국가대표란 사실에 자부심과 책임감을 느낀다.

○일본엔 없는 인자가 한국엔 있다

한국은 같은 ‘아시아적 가치’를 공유하는 일본도 이긴다. 일본이 ‘일본야구로 세계를 정복하겠다’란 국수주의에 근거한다면 김인식 감독은 미국식도 일본식도 배제하지 않고 섞어 한국식 퓨전야구를 창조해냈다.

한국이 보여준 저돌적 베이스러닝과 스리 볼에서도 풀스윙 하는 타격 스타일은 일본이 따라할 수 없는 진취적 개성이다.

또 한국의 신세대 선수들은 (일본의 이치로처럼 노골적으로)국가를 들먹이지 않고, 상대 이름에 주눅 들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고, 지고 싶지 않다는 순수한 승부욕으로 국제경기에 임한다. WBC 4강은 한국형 신세대의 승리를 함축한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화보]짜릿한 한방! WBC 한국 대표팀의 통쾌한 홈런을 한눈에

[관련기사]한국, 투수력·타력·기세까지 ‘완승’

[관련기사]오늘은 울어도 좋다

[관련기사]日언론 “완패”… “이치로가 헤어진 그녀에게 따귀를 맞았다”

[관련기사]‘쿠바 상조’냐 4차 한일전이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