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 기자의 WBC 다이어리] ‘하라 재팬’ 빅볼? 스몰볼?

  • 입력 2009년 3월 6일 07시 37분


거칠게 나누자면 야구철학은 세 줄기로 볼 수 있습니다. 스몰볼(시카고 화이트삭스 감독 아지 기옌의 표현으론 스마트볼), 롱볼(빅볼) 그리고 머니볼(출루율+장타율을 중시하는 관점은 롱볼과 흡사하지만 저평가 선수 수집에 집중하기에 저예산 구단의 방식으로 통용된다. 롱볼이 보스턴 레드삭스라면 머니볼은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에 비견될 만하다)입니다.

그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대표팀 하라 다쓰노리(사진) 감독의 야구는 어디에 점이 찍힐까요? 아무래도 스몰볼의 이미지가 강하죠. 그러나 하라는 스몰볼 스타일이란 평을 싫어한다고 합니다. 하바타 이타루의 책 ‘도해 프로야구’를 보면 데이터로 하라의 ‘반박’이 입증됩니다.

2006시즌 요미우리의 번트는 89개로 센트럴리그 최소였습니다. 특히 무사 1루 희생번트(30번·반면 강공은 244번-도루는 20번)는 12구단 전체 최소죠. 그 이전 데이터도 비슷한 패턴을 보입니다. 숫자는 ‘하라=스몰볼’이 선입견임을 가리킵니다.

그러나 이미지는 ‘얼마나 많이’가 아니라 ‘어느 타이밍’에서 규정되는 법이지요. 언제 하라가 번트를 시도했는지를 따지면 동점시가 1위(40번)였고, 그 다음은 2점 이상 리드시(23번)로 나타납니다. 반면 지고 있을 땐 번트가 한 자리로 떨어집니다. 하라는 상황이 낙관적일수록 벤치의 통제를 더 강화하는 셈입니다. 투스트라이크로 몰리고도 스퀴즈를 거는 등 원칙보다 순간의 감(感)을 중시하는 인상이 짙습니다.

하라는 WBC 공식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최종 엔트리를 확정한 제1요인을 “현재 컨디션”이라 했습니다. 확률, 경험, 팀 플랜이 아니라요. 또 ‘1-3번 출루형, 4-6번 연결형, 7-9번 일발형의 타선 구상’을 밝혔는데요. 굉장한 낙관주의죠? 마운드 운용도 투구수 제한을 고려, 선발 2명을 1경기에 투입하고 마무리가 나와서 투수 3명으로 끝내는 방식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했습니다. 정말 이상적이죠? 그는 강팀의 조건을 “1점 승부에 강한 팀”이라 정의했습니다. 합리성보다 감성에 방점이 찍히는 하라의 리더십을 감안하면 WBC에서 스몰볼로 변신해도 그다지 이상할 것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끝으로 4일 공식 인터뷰를 들은 소감인데요. 디테일과 레토릭에 강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파도(역경)’와 ‘항구(목표)’란 비유법을 쓰고 ‘명예’나 ‘긍지’란 단어를 강조하더군요. 이치로에 대해선 “사무라이 재팬의 리더”라고 북돋워줬고, “전원 사무라이의 혼이 깃들어있다”란 말도 했답니다. 3일 훈련 중엔 아오키를 위해 직접 배팅볼을 던져주기도 했고요. 왜 그의 밑에서 뛰는 선수들이-특히 스타급일수록-그에게 감화되는지 짐작된 순간이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하라가 역설한 ‘일본력’, ‘무사도 야구’의 일면이 드러나겠죠. 도대체 사무라이들의 야구란 그 실체가 뭘까요?gatzby@donga.com

[화보]2009 WBC 개막전! 일본 VS 중국 대표팀의 경기 생생 화보

[화보]WBC 개막! 대만전 하루 앞둔 한국 마지막 담금질 현장

[관련기사]류현진 “대만 꿇어!”…선발 출격 ‘첫 승 책임진다’

[관련기사]3번 추신수…김태균·이대호 4번·5번

[관련기사]오발탄 일본…어깨는 탄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