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2008∼2009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그랑프리 파이널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이 열린 경기 고양시 어울림누리 얼음마루. 앞선 5명의 선수가 연기를 마치고 오로지 김연아(18·군포 수리고)만 남았다.
관중석은 거의 콘서트장을 방불케 할 만큼 열광적인 분위기였는데, 그 시간 3층 구석 자리에 자리 잡은 김연아의 어머니 박미희(50) 씨는 두 손을 꼭 쥔 채 몸을 푸는 딸의 모습을 눈으로 좇고 있었다.
박 씨는 딸을 세계적인 피겨 선수로 키워낸 주역. 10여 년이나 김연아의 경기 모습을 줄곧 지켜봤지만 그때마다 긴장감은 어쩔 수 없었다.
이날 박 씨가 더 긴장한 건 쇼트프로그램 경기 시작 전 5분간의 연습 시간에서 김연아가 첫 점프 과제인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 점프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
김연아가 연습으로 이 점프를 시도했는데 두 번째 점프인 트리플 토루프 점프 착지 때 넘어지고 만 것. 불안한 징조였다. 연습 중 실수는 그대로 실제 연기에 영향을 미친다. 더구나 이 점프는 점수 비중이 가장 높은 점프 기술. 무려 4번 시도한 끝에 성공한 뒤 연습을 마쳤지만 박 씨는 계속 불안한 모습이었다.
한편 김연아에 앞서 4번째 연기자로 나섰던 동갑 라이벌 아사다 마오(일본)는 큰 실수 없는 연기로 자신의 시즌 최고점인 65.38점을 받았다. 중간 순위 1위. 아사다는 매우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배경음악 ‘죽음의 무도’가 흐르고 이제 마침내 실전.
김연아가 링크를 크게 한 바퀴 돈 뒤 연습에서 불안했던 그 연속 3회전 점프를 깨끗이 성공하자 박 씨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다른 곳에서 큰 실수가 나왔다. 2번째 점프 과제인 트리플 러츠에서 타이밍이 흐트러졌는지 한 바퀴밖에 못 돈 것. 이 실수로 6점 이상 깎였다.
채점 결과는 65.94점으로 1위. 아사다와는 근소한 차이였지만 어쨌든 1위였다. 그런데도 김연아의 얼굴은 펴지지 않았다.
경기가 끝난 뒤 김연아는 라커룸에 틀어박혀 눈물을 쏟았다.
모녀에게 아사다는 안중에 없었다. 자신의 연기에 완벽을 기하는 것, 그것이 김연아가 바라는 전부였다. 김연아는 “한국에서 열린 대회라 더 잘하고 싶었는데 실수를 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13일 오후 8시 5분 같은 장소에서 프리스케이팅 경기가 열린다. 김연아는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 3연패에 도전한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영상취재 : 스포츠레저부 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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