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벼락…퇴장…항의…난장판 라이벌전

  • 입력 2008년 11월 6일 08시 52분


포항·성남 FA컵 8강전 스프링클러 오작동 시비

“왜 우리 쪽에만 물을 뿌려요?” “왜, 우리한테만 퇴장 줘요?”

‘앙숙’ 포항과 성남의 2008 하나은행 FA컵 8강전이 열린 5일 포항 스틸야드. 하프타임을 마치고 후반 킥오프가 될 즈음 그라운드 한 쪽 면에서만 스프링클러가 작동하는 묘한 상황이 벌어졌다. 이에 따라 후반전이 10여 분 가량 지체됐다. 아울러 후반 도중에는 성남 수비수 김영철의 퇴장으로 역시 경기가 약 15분 간 지연됐다. 인저리 타임만 무려 12분이 주어졌다.

1-0으로 앞선 채 하프타임 휴식을 갖고 필드로 나오던 김학범 성남 감독과 김도훈 코치는 주심의 휘슬을 기다리며 몸을 풀던 선수들을 갑자기 벤치 쪽으로 불러들였다. 이유는 명쾌했다. 왜 성남 진영에만 물을 뿌렸냐는 것이다. 곧바로 대기심에 다가가 ‘포항 쪽에도 스프링클러를 작동시키라’고 항의한 김 감독은 김덕길 경기감독관 지시로 포항 진영에 물이 뿌려지는 장면을 보고나서야 선수들을 다시 그라운드로 내보냈다.

하지만 포항 측 해명은 궁색했다. 스프링클러가 오작동했다는 것. 포항 관계자는 “어제(4일)도 물이 한 쪽만 나와 팀 훈련을 필드 반면만 활용해야 했다”고 변명했다. 이어 그는 “공단이 따로 경기장을 관리하는 데 스프링클러에 조금 문제가 있었다”고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경기 전까지 멀쩡했던 스프링클러가 왜 하필 하프타임 때 작동되는지, 성남 진영에만 물이 뿌려졌는지에 대한 답은 전혀 없었다.

눈살을 찌푸리게 한 상황은 또 있었다. 후반 15분 성남 주장 김영철이 포항 남궁도를 걷어차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며 경기가 또다시 지연됐다. 다시 한번 선수들을 불러들인 김학범 감독은 “우리가 지라고 하는 데 왜 경기를 하느냐”고 항의했다. 포항선수들도 반칙을 범했는데 경고를 주지 않는 등 공정하지 못했다는 것이 김 감독의 판단이다. 결국 김 감독도 윤석빈 주심으로부터 퇴장 명령을 받았고, 벤치를 떠났다. 성남 관계자는 “퇴장까지는 너무했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최종 스코어는 포항의 승부차기 승리. 그러나 승자는 없었다. 성남전 우위를 점한 포항이나 ‘징크스’에 또다시 운 성남이나 모두 패자였다. 경기를 앞두고 세르지오 파리아스 포항 감독은 “K리그 플레이오프에는 외국 심판이 왔으면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하지만 이 말을 전해들은 한 축구인은 “어느 누구도 그런 경기를 매끄럽게 다룰 수 없을 것”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포항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사진=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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