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직전 덕아웃 뒤편에서 방망이를 고르던 이재원은 “저, 오늘 3번 나가요”라고 씩 웃으며 말했다. 긴장이나 부담이 느껴지지 않는 특유의 낙천성이 배어났다. 그러나 “두산 좌투수 이혜천 상대로 아마 2-3타석 상대할 텐데 이번 한국시리즈 저의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요. 여기에 모든 걸 걸고 집중해야죠”라고 결연함마저 내비쳤다. 1회 첫 타석에서 병살타를 쳐 흔들릴 법도 하건만 이재원은 4회엔 선제 중전적시타, 6회엔 안타를 터뜨린 뒤 대주자로 교체됐다. 이어 최정의 결승 2점홈런이 터져 나왔기에 이재원의 안타는 가치를 더했다. SK는 신인 드래프트에서 류현진(한화)을 포기하고 이재원을 선택했는데 적어도 이날은 그 선택이 적중했다.
잠실|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