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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21일 0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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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 14회 혈투가 벌어진 플레이오프 2차전. 두산 김경문 감독은 절체절명의 14회초 2사 1·2루 위기에서 고졸 2년생 투수 이용찬을 등판시켰다. 그를 투입한 건 여러 사정이 있었지만 ‘비록 지더라도’ 플레이오프 같은 큰 경기에서 경험을 쌓게 하려는 의도가 다분히 포함돼 있었다.
이용찬은 김 감독이 내년 시즌 팀의 마무리 후보 0순위로 꼽고 있는 투수. “매력있는 볼을 갖고 있다. 팀을 위해서도 내년엔 이용찬이 마무리를 맡아줘야 한다”고 말하는 김 감독은 이번 플레이오프를 치르면서 ‘2009년 두산 마무리 이용찬’을 머릿 속에 그리고 있다.
김 감독이 1차전부터 줄곧 2번 겸 1루수로 선발 출장시키고 있는 오재원도 마찬가지. “좋은 선수다. 스타가 되기 위해서는 이런 큰 게임을 해봐야 한다”는 게 김 감독이 오재원을 중용하는 이유 중 하나다.
올스타브레이크 이후 페넌트레이스 4위를 턱걸이 하고 있을 때 삼성은 ‘4강만은 꼭 가자’고 했다.
올 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은 못하더라도 박석민 채태인 최형우 등 ‘젊은 신예’들의 내년과 그 이후를 위해서였다. 선동열 감독이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부터 ‘보너스 게임’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앞으로 10년 이상 삼성을 이끌 ‘젊은 사자’들에게 이번 가을잔치가 큰 힘이 될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선 감독은 특히 양 팀 중 유일하게 고졸 신인인 외야수 우동균을 플레이오프 엔트리에 넣었다. 그의 장래를 위해서다. 선발 출장은 못하지만 그는 4차전 6회 대타로 출장해 안타를 때려내는 등 승부가 이미 기운 게임에 출장,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아보며 돈으로 살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을 쌓고 있다.
‘가을잔치’는 당장의 승부도 중요하지만 때론 젊고 유망한 선수의 미래를 위한 ‘훈련장’이 되기도 한다. 두산 김경문과 삼성 선동열, 세대교체에 일가견이 있는 두 사령탑이 맞붙은 이번 플레이오프는 특히 더 그런 셈이다.
대구 | 김도헌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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