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축구결산 ‘알맹이 없는 회의’ 눈살

  • 입력 2008년 9월 3일 08시 55분


일단 끝나면 더 이상 언급하지 않는다. 대한축구협회의 당연한 불문율이다. 환희와 감동의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유일한 실망을 안긴 축구. 과연 올림픽 실패에 대한 사후처리는 어떻게 이뤄졌을까.

○‘특명, 과거를 지워라!’

축구협회 기술위원회(위원장 이회택)는 올림픽 폐막 직후인 8월 말, 현지 파견된 기술위원들이 분석한 내용을 토대로 박성화 감독 예하, 코칭스태프와 파주NFC에서 올림픽 결산회의를 가졌다.

내용은 뻔했다. ‘기본기가 부족했다’ ‘이탈리아가 의외로 강했다’ ‘카메룬에 강공 전략을 구사해야 했다’는 정도가 기술위의 최종 결론이었다. 협회 고위 관계자는 “떠난 사람을 흔들어 뭐하겠느냐”고 반문한다.

반면, 똑같은 실패를 맛본 일본은 달랐다. 철저한 보고서를 만들어 9월 1일 강화 회의를 열었다. 자국의 참패에 강도 높은 비난을 가해온 일본 언론들도 이례적으로 ‘활발한 의견 교환이 이뤄졌다’는 표현을 쓸 정도로 내실있는 회의였다.

뿐만 아니라 소리마치 감독은 직접 리포트를 작성해 오노 기술위원장에게 제출했고, 이를 아키라 신임 일본축구협회장에게 보고하는 자리까지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2일에는 협회 수뇌부와 올림픽 스태프 전원이 참석해 향후 대응책을 협의했다. 똑같은 올림픽 실패 속에 양 국의 수습은 이토록 대조를 이뤘다.

○‘75주년 행사’ 온갖 비난에도 ‘꿋꿋’

요즘 축구협회의 최대 현안은 18, 19일 양 일간에 걸쳐 치러질 ‘창립 75주년’ 기념행사의 성공적 개최이다.

기술교육국, 지원부 등 몇몇을 제외한 협회내 대부분 부서가 이 행사에 올인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올림픽 실패와 맞물린 이번 행사를 바라보는 축구계 안팎의 시선은 곱지 않다.

하지만 축구협회는 당당하다. 오래 전부터 준비해온 사안이고, 한국 축구의 정통성을 인정받기 위함이기 때문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항변한다. 한 관계자는 “시기가 미묘하긴 해도 한국의 위상을 국제 축구계에 알릴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고 말한다. 국제축구연맹(FIFA)과 아시아축구연맹(AFC)의 임원진이 대거 방한하긴 해도 올림픽 등 국제 대회보다 한국 축구를 잘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있는 지는 의문이다.

한 원로 축구인은 “졸전과 감독 사퇴는 한국 축구가 국제 대회가 끝날 때마다 쓰는 대표 시나리오가 돼 버렸다. 좋지 못한 결과는 둘째 치고, 대안없는 행정처리, 탁상공론은 이제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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