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팬클럽 현지응원도 덧없이…“순희사랑 변치말자”

  • 입력 2008년 8월 12일 03시 01분


“너무 허탈합니다. 결승에는 오를 줄 알았는데….”

인터넷 포털 사이트 팬 카페에서 ‘계순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계사모)’을 운영하는 김용경(29) 씨는 힘이 없었다. 유도 여자 57kg급에서 계순희의 탈락이 확정된 뒤였다.

김 씨와 카페 회원 10명은 11일 계순희를 응원하기 위해 베이징 과학기술대 실내체육관을 찾았다. 김 씨는 경비를 줄이기 위해 인천에서 배를 타고 톈진에 온 뒤 버스를 타고 베이징까지 왔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동갑내기 계순희의 우승 장면을 지켜본 뒤 팬 카페까지 만들어 원정 응원을 다닌 김 씨였다.

회원 가운데는 선양에서 아들과 함께 10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온 중국동포도 있었다. 모두 계순희를 응원하기 위해 기꺼이 고생을 택했다.

이날 체육관에는 태극기와 인공기, 그리고 한반도기가 나란히 펄럭였다. 남자 73kg급에 왕기춘(용인대), 김철수(북한)가, 여자 57kg급에 강신영(서울경찰청), 계순희가 출전했기 때문이었다. 본부석과 건너편 2층 스탠드에서는 한국 응원단 200여 명이 태극기를 손에 들고 응원했다. 한반도기를 든 응원단도 있었다. 본부석 왼편에서는 ‘계사모’ 회원들이 응원 목소리를 높였고 북한의 ‘아저씨 응원단’은 본부석 3층에서 인공기를 흔들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강신영은 1회전, 계순희는 2회전, 김철수는 3회전에서 상대에게 졌다. 예선을 통과한 선수는 왕기춘뿐이었다.

오후 7시부터 열린 4강전에서 남북한 응원단 수는 크게 줄었다. 표를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예선전 입장권 2장에 웃돈을 얹어주고 입장권을 구했다는 김 씨는 “계순희가 실망하지 않고 멋지게 재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베이징=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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