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송승준의 ‘생일 징크스’

  • 입력 2008년 6월 30일 08시 40분


“생일에 등판할 수 있었는데….”

29일 사직구장 롯데 덕아웃. 경기 전 훈련을 마치고 들어오던 투수 송승준(28)이 짐짓 아쉬운 한숨을 내뱉었다. 이날이 바로 그의 28번째 생일이었기 때문이다.

송승준은 원래 로테이션상 이날 등판하기로 돼있었다. ‘홈관중의 열광적인 응원 속에 생일을 자축하는 승리를 거둔다?’ 상상만 해도 기분 좋은 시나리오였다. 그러나 전날 폭우가 쏟아지면서 문제가 생겼다. 로이스터 감독이 송승준에게 휴식을 주기 위해 조정훈을 내보내기로 한 것.

안 그래도 송승준은 생일에 운이 좋은 편은 못됐다. “난 28년 동안 촛불 한번 불어보지 못한 불쌍한 달인”이라면서 한숨을 내쉴 정도. 공교롭게도 그동안 친구들이나 선수단이 생일파티를 열어준 적이 거의 없단다. 미국 마이너리그 시절에는 홀로 초코파이를 쌓아놓고 쓸쓸하게 생일을 기념하기도 했다니 스스로도 안타까울 밖에.

“이게 다 하늘의 뜻”이라며 한숨을 내쉬던 송승준은 갑자기 “아니, 이거 누가 이렇게 써놨어?”라고 외치더니 덕아웃 한쪽에 걸린 화이트보드를 향해 달려갔다. 그 곳에 적혀있는 글귀는 바로 ‘오늘부터 15연승’. 송승준은 손으로 ‘15’를 지우고 ‘56’을 써넣더니 “이렇게 써놔야 반타작이라도 하죠”라며 씩 웃었다. 생일은 못챙겨도 팀 승리는 꼭 챙기고 싶었나보다.

사직|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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