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드리블하라, 마음으로 차라

  • 입력 2008년 5월 14일 02시 59분


프로축구 FC서울 심리치료 도입

팀워크 살고 경기력 향상등 효과

프로축구 FC 서울이 스포츠심리학의 황무지인 국내 스포츠계에서 심리학을 적절히 활용해 새로운 ‘프로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터키 출신 셰놀 귀네슈 FC 서울 감독은 지난해 초 부임한 뒤 5월 말쯤 구단에 스포츠심리학자 영입을 요구했다. 자신이 외국인이라 커뮤니케이션이 안 되는 데다 어린 선수와 나이 든 선수가 섞여 있는 데서 오는 부조화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선진국 팀엔 대부분 심리학자가 스태프로 참여하고 있다.

FC 서울의 심리 상담역으로 초빙된 김병준(42·사진) 인하대 교수는 선수들 기량은 좋은데 경기 중 감독과 선수의 커뮤니케이션은 물론 선수들 사이에서도 대화가 안 된다는 것을 발견하고 선수들에게 ‘대화’와 ‘격려’를 하라고 지시했다.

“축구는 11명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믿음이 중요하다. 개인의 욕심만 부리면 다른 선수가 그 선수를 믿지 못하게 되고 결국 조직력이 와해된다. 특히 대화하면서 잘하든 못하든 상대를 격려하면 서로 믿음이 생겨 팀워크가 살아난다”는 게 김 교수의 분석이다.

처음엔 쉽진 않았다. 하지만 대화하고 격려하면서 팀워크가 좋아지자 선수들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FC 서울 경기 때 서로 어깨를 두드려주고 ‘파이팅’을 자주 외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FC 서울은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14개 팀 중 3위를 기록 중이다.

김 교수는 응집력이 생기자 올해부터는 팀 신뢰(Team Confidence)와 개인 심리에 치중하고 있다. ‘우리는 공격수와 수비수가 모두 뛰어나기 때문에 언제든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을 주고 개인적으로 훈련과 경기 때 해야 할 일 그리고 사생활에까지 개별 처방전을 주고 있다.

김 교수는 “선수들은 각종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런 면에서 하나씩 지적해 습관을 들여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명원 FC 서울 차장은 “선수들이 처방을 받을 땐 달라지지만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아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다. 하지만 선수들이 달라져야 하기 때문에 계속 심리 프로그램을 유지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FC 서울은 올해부터 심리학을 통한 경기력 향상 프로그램 외에 선수 개별 영양 관리와 재산 관리 등의 프로그램을 가동해 선수들이 프로선수로 성공적인 삶을 만들어가도록 도울 예정이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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