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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서 방출된 진필중 “은퇴요? 명예회복이 먼저입니다”

입력 2007-11-19 13:06업데이트 2009-09-26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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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쌀했던 지난 16일 경기도 남양주의 한 야구장. 진필중은 후배 두 명과 함께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은퇴 위기에 몰려있는 힘든 시기. 진필중은 이대로 끝날 수 없다는 의지로 입술을 깨물며 달리고 달렸다.

진필중은 한때 국내 최고의 마무리 투수였다. OB와 두산에서 전매특허인 빠른 공과 슬라이더를 앞세워 팀을 두 차례나 우승으로 이끈 주인공이었다. FA자격을 얻은 그는 2003년 11월, 4년간 총액 30억원이라는 거액의 몸값을 받고 LG에 입단했다. FA 사상 처음으로 30억원의 시대를 연 것이다.

[화보]LG 방출 후 개인 훈련중인 진필중의 요즘

그러나 이후 이해할 수 없는 구위 저하로 진필중은 예전의 모습을 되찾지 못했다. 특히 올해는 2군 경기, 심지어는 연습경기에 조차 한 번도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는 수모를 당했고 결국 시즌 후 마해영 등과 함께 LG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았다. 30억을 받은 투수가 지난 4년간 거둔 기록은 3승에 15세이브가 전부. 사정이 이렇다보니 팬들 사이에서 진필중은 ‘먹튀’의 대명사로 낙인이 찍힐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잊혀진 진필중은 은퇴를 거부하고 현재 개인 훈련에 몰두하고 있다. 전문 스포츠 트레이너인 한 후배의 도움으로 매일 같이 야구장과 휘트니스 센터를 오가며 다시 한번 1군 마운드에 오를 날을 꿈꾸고 있다.

진필중의 목표는 소박하다. “다시 마무리 투수가 되어 30세이브씩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닙니다. 1군 마운드에서 공 한 개라도 던져보고 싶은 것이 전부예요” 이렇게 말하는 진필중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처참히 무너진 자신의 명예를 조금이라도 되찾고 은퇴를 해도 하겠다는 것이다. 진필중이 가장 존경한다는 선수는 바로 박철순이다. 재기를 기대할 수 없었던 치명적인 부상을 매번 이겨내며 마운드에 올라 감동을 줬던 ‘불사조’ 박철순처럼 진필중도 이 역경을 이겨내 보란 듯이 다시 공을 던지고 싶다고 말했다.

남양주의 야구장에서 스포츠동아 취재진을 처음 만난 진필중은 대뜸 “아직도 저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이 있어요?”라고 물어왔다. 그러나 그는 인터뷰 내내 하고 싶은 말이 많았던지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스스럼없이 털어놓았다.

[화보]LG 방출 후 개인 훈련중인 진필중의 요즘

다음은 인터뷰 전문

Q. 현재 몸 상태는 어떠하며 훈련은 어떤 식으로 하고 있습니까?

진필중(이하 진) : 일주일에 5일 정도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격일제로 하루는 필드에 나와서 러닝과 공을 던지고 하루는 웨이트하면서 재활 훈련 중이구요.

Q. 어디 아픈 곳은 없나요?

진 : 전혀 없습니다.

Q. LG에서 방출 소식을 들었을 때 기분이 어땠어요?

진 : 예견은 하고 있었죠. 근데 마침 제 생일날 그런 소식을 들이니 조금 마음이 무거웠었습니다. 말로 표현하기 조금 힘든 기분이었죠.

Q. 김재박 감독이나 LG 구단 수뇌부가 원망스럽다거나 그러지는 않으셨나요?

진 : 그냥 제 자신이 원망스러운 거죠. 이렇게 까지 된 것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제 잘못 아니겠어요.

Q. 야구를 계속 하겠다는 의지는 있으신가요?

진 : (단호하게)네. LG와서 제대로 던져보지도 못했고 올해는 단 한번도 경기에 나서지 못했습니다. 끝내기는 너무 아쉽고 체력적으로도 아직까지 자신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내 스스로 납득이 갈만큼의 뭔가를 보여주고 은퇴를 해야지 지금 그만두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재기를 노리고 몇 승을 더 하겠다는 욕심이 아닌 제가 이만큼 더 던질 수 있다는 어필을 하고 싶은 거죠. 솔직히 제가 얼마나 오래 더 공을 던지겠어요? 조금이라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당당히 은퇴하고 싶은 겁니다.

Q. 다시 야구를 하겠다면 어느 팀이라도 들어가야 할 텐데 연락이 왔던 구단은 있었나요?

진 : 아직은 없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연락이 올 거라는 기대를 갖고 운동 열심히 해서 몸을 만들어 놓아야죠.

Q. 최근에 두산 시절 은사였던 김인식 한화 감독이 진필중 선수를 호출 할 수도 있다는 추측성 보도가 나오긴 했었는데...

진 : 저도 기사를 봤는데 뭐 가고 싶다고 갈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감독님과 구단에서 결정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제가 이렇다 저렇다 말할 입장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런데 언론에서 그런 기사가 나와서 한편으로는 기분이 좋기도 했습니다.

Q. 아직 은퇴 생각을 안 하고 있다면 불러주는 팀이 없을 경우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직접 구단에 찾아갈 의향도 있나요?

진 :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죠. 글쎄 지금 상황에서 구체적인 계획을 말하는 건 이른 것 같습니다.

성적보다는 명예를 위해 재기하고 싶어

Q. 이대로는 끝낼 수 없다는 생각으로 다시 마운드에 서고 싶다고 말하셨는데 그래도 다시 공을 던지게 된다면 어느 정도 기대하는 성적이 있을 텐데요.

진 : 전 그저 1군 마운드에서 원포인트나 중간계투로 공 한 개라도 던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제 자신에게 명예고 그것이 재기라고 생각합니다. 성적이나 보직은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

Q. 진필중 선수하면 한때 최고의 마무리 투수였죠. 그런데 왜 갑자기 그렇게 부진에 빠지게 되었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진 : 원인이야 많은데 제가 지금 그것에 대해 말을 꺼내면 일종의 핑계거리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건 제가 은퇴한 뒤에 시간이 좀 더 흘러서 편안한 마음으로 말할 수 있을 때 밝히고 싶어요.

Q. 그럼 그것 한 가지만 얘기해 주세요. 기술적인 문제였나요? 아니면 정신적인 문제였나요?

진 : 약간 정신적인 문제가 많았습니다.

Q. 그렇다면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얼마만큼 노력하셨나요? 그리고 이제 그 문제는 완전히 해결이 된 건가요?

진 : 노력은 많이 했죠. 너무 많이 했고 LG에서 마지막 훈련하는 날까지 스스로 부끄럼 없이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런데 한 만큼 보여드리지 못하고 잘 풀리지 않은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리고 문제들은 거의 해결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홀가분합니다.

Q. 올해 훈련 때 직구구속이 140km까지 나왔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재기를 위해서는 뭔가 변화를 주어야 할 것 같은데요. 빠른 공에 대한 미련이 아직 남아 있습니까?

진 : 그동안 진필중하면 빠른 공과 빠른 슬라이더를 많이들 기억하고 계실 겁니다. 아무래도 제 트레이드마크를 버릴 수는 없겠죠. 하지만 나이가 드니 구속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건데 거기에 대처할 수 있는 다른 것을 찾아야겠죠.

Q. 그렇다면 다른 노장 투수들처럼 변화구 위주의 맞춰 잡는 투수로 변화를 꾀할 계획인가요?

진 : 그렇죠. 제가 원래도 삼진을 많이 잡기 보다는 맞춰 잡는 것을 좋아하는 투수였어요. 마무리로 돌아선 이후 어쩔 수 없이 강한 볼을 자주 던지게 되면서 삼진을 잡아낸 것인데 사실은 저도 예전에는 제구력 위주의 투수였습니다. 지금은 저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노력 중입니다.

Q. 인터넷은 자주 보십니까? 아무래도 진필중 선수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요.

진 : 인터넷은 잘 안 봐요. 전에 우연치 않게 몇 번 보니까 좋은 글은 별로 없고 안 좋은 이야기들이 90% 이상이더라구요. 안보는 편이 나을 것 같아요. 그냥 마음만 아프고요. 물론 팬들도 저에 대한 기대가 있었기 때문에 그만큼 실망도 큰 거겠죠. 하지만 저도 사람인지라 이해를 하면서도 기분이 많이 상하는 건 어쩔 수 없네요.

Q. LG와의 연봉 관련 소송 문제는 어떻게 진행이 되고 있습니까? 다시 한번 그 부분에 있어서 입장을 밝혀 주실 수 있나요?

진 : 일단 저도 다시 마운드에 서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이 문제에 있어서는 조심스럽습니다. 그동안 이 문제로 언론에서 많은 이야기가 나왔는데요. 다시 간단하게 이야기 하자면 제가 계약하던 시점과 KBO의 규약이 만들어진 시점이 다르기 때문에 소급적용은 부당하다는 것이 제 입장입니다.

[화보]LG 방출 후 개인 훈련중인 진필중의 요즘

Q. 전에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본 내용인데요. 진필중 선수가 LG로부터 받았던 4년간 30억이라는 몸값이 그 이전 활약에 대한 보상차원이라는 언급을 하셨죠? 몸값을 전혀 하지 못한 상황에서 진필중 선수의 이 말에 논란이 좀 있습니다.

진 : 저 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연봉 협상을 할 때 그 이전 성적을 바탕으로 책정을 하는 것은 맞습니다. 여기에 그 선수의 향후 기대치가 포함되는 것도 맞죠. 회사에서 연봉 협상 할 때도 올해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 연봉이 결정되는 것 아닙니까. 마찬가지로 제가 신인 때부터 LG에 오기 전까지의 모든 활약과 성적을 판단해서 LG구단에서 대우를 해 준겁니다. 제가 한 만큼 받은 거죠. 하지만 연봉에 포함된 기대치라는 것, 예를 들어 그만큼 받았으면 구단이나 팬들에게 어느 정도 보답을 해야 하는데 이유를 떠나서 그러지 못했던 것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고 죄송스럽죠.

Q. 통산 200세이브에 9개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기록에 대한 욕심도 있을 텐데요.

진 : 처음에는 욕심이 많았죠. 잘 나갈 땐 한 시즌에 30세이브도 했는데 9개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기회가 오지 않더라고요. 한때는 300세이브도 해 보겠다고 했었는데 미련이 왜 없겠습니까? 그런데 지금은 9세이브 남은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마운드에서 공 한 개를 던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더 중요한거죠.

Q. 올해 비슷한 처지의 마해영 선수가 출전 기회가 주어지지 않자 다른 팀으로 이적하고 싶다는 의사를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진필중 선수 역시 여기에 상당히 공감을 했을 것 같은데요.

진 : 선수라면 누구나 공감을 하겠죠. 저 역시 올해 5월 중순 이후로는 2군 경기 조차 출전을 못했기 때문에 해영이 형의 입장을 잘 이해합니다. 제가 해영이 형의 마음을 읽고 대변할 수 없겠지만 아마도 돌파구를 찾으려 했던 것 같습니다.

Q. 그럼 진필중 선수는 LG 코칭스텝이나 구단에 2군 경기에라도 출전시켜 달라는 의사를 밝히지 않으셨나요?

진 : 직접적인 요구는 하지 않았습니다.

두산에서의 추억 그립다....박철순 선배 존경

Q. 진필중 선수가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한 팀은 아무래도 두산이겠죠. 팀에 대한 애정이라면 마지막에 몸담았던 LG보다는 두산에 더 많을 것 같습니다만...

진 : 아무래도 그렇죠. 제가 처음 입단한 팀이 두산이었고 그 곳에서 야구가 무엇인지 알게 됐고요. 또 두산에서 힘들긴 했지만 가장 행복한 나날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제가 그 이전에 야구를 하면서 우승이라는 것을 못해봤는데 두산에서 두 번이나 우승도 해봤고 또 동료들과 울고 웃고...아무래도 두산에서 좋은 추억이 참 많습니다.

Q. 그렇다면 두산 시절 진필중 선수에게 많은 도움이 줬고 지금 생각해도 고마운 선배나 동료를 꼽으라면 누구를 들 수 있겠습니까?

진 : 박철순 선배님입니다. 제가 두산에 입단했을 때 제 첫 룸메이트가 박철순 선배님이었는데 저한테 그렇게 많은 말씀은 없으셨지만 늘 박철순 선배를 보면서 ‘이런 모습이 바로 프로구나. 나도 이렇게 해야 겠구나’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또 박철순 선배가 은퇴하실 때 제가 그 현장에 있었는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야구 계를 떠나셨지만 여러모로 참 멋있는 분이라고 생각해요. 야구선수로서 제가 늘 꿈꿔왔던 바로 그대로의 모습이셨습니다.

Q. 올해 두산이 벼랑에 몰린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임태훈 선수를 깜짝 선발로 내보냈습니다. 이를 두고 많은 사람들은 95년 OB(두산의 전신) 우승 당시 진필중 선수가 예상을 깨고 6차전 선발로 나온 것을 떠 올렸는데요. 그때 진필중 선수가 6차전에서 팀을 구하면서 결국 OB가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올해 한국시리즈를 보면서 그 때 생각을 많이 하셨을 것 같네요.

진 : 임태훈 선수와 당시 저를 비교한 이야기는 처음 듣습니다. 제가 올해 1군에서 뛰지를 못해서 실제로 임태훈 선수가 던지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화면상으로 두 세 번 정도 봤는데 미래가 참 밝은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진필중 선수를 비난하는 분들이나 아직까지 성원하는 모든 팬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그동안 힘든 일이 많았는데 이제 조금은 홀가분합니다. 지금 제 처지가 불안하고 두렵기도 하지만 주위에 많은 분들이 도와주시고 있기 때문에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 지금이 운동하면서 가장 어렵고 힘든 시기고 언론에 말 한 마디 꺼내는 것도 조심스럽기도 하지만 이 시기를 극복하고 나면 좋은 날이 올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저를 싫어하시는 분들도 한때는 저를 응원하셨던 팬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믿은만큼 실망을 많이 하셨을 텐데 제가 어떻게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물론 제가 재기에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한다면 적어도 저를 아직 믿어주시는 팬들에게 실망은 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지금은 제가 얼마나 훌륭한 마무리투수였다는 이야기보다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선수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제가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저를 사랑해 주셨던 분들에게 마지막으로 드릴 수 있는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진구 스포츠동아 기자 jingooj@donga.com

사진=김진회 스포츠동아기자 manu35@donga.com

[화보]LG 방출 후 개인훈련하는 진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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