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위엔 초록빛 야구장… 땅밑엔 맑은물 박물관”

  • 입력 2007년 10월 16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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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는 수도박물관, 지상은 야구장.’

지난달 문화재청이 문화재로 등록 예고해 논란을 빚었던 서울 광진구 구의동 구의정수장 용지가 정수시설은 문화재로 지정되지만 그 위에 야구장이 지어지는 것으로 일단락될 것으로 전망된다. 야구장이 지하 문화재 위에 세워지는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문화재청은 16일 최종 심의에서 구의정수장 용지를 등록 문화재로 지정하는 안건을 통과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본보가 15일 대한야구협회와 문화재청, 서울시로부터 구의야구장 건설에 대한 의견을 확인한 결과 밝혀졌다.

문화재청은 1936년에 세워진 구의정수장이 한국 수도 변천사를 볼 수 있는 시설이어서 문화재로 보존해야 한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야구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근대 문화재를 보존하면서 간이야구장도 세우는 절충안을 마련한 셈이다.

문화재청은 구의정수장 지하 시설을 제대로 보존하면서 야구장을 건설하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이만열 문화재위원회 근대문화재분과 위원장은 “로마에 가면 유스티니아누스 대제 시절에 만든 물 저장 탱크가 남아 있고 그 위에 다른 건축물이 있다. 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정수처리장 시설을 지하에 문화재 형태로 보존하고 그 위에 야구장을 짓는 방안을 서울시와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대한야구협회도 최근 ‘구의정수장 용지가 등록 문화재로 지정되면 동대문야구장을 철거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오세훈 서울시장 명의로 된 공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협회 관계자는 “서울시로부터 야구인들을 실망시킬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구의 간이야구장 건설이 확정돼야 동대문야구장 철거도 허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김병하 지역중심반장은 “문화재청에 정수시설을 최대한 보존하고 야구장을 짓는 방안을 제시했다. 문화재청 실무자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문화재청의 심의가 끝나는 대로 구의 간이야구장 공사에 들어간다. 간이야구장은 인조잔디를 깔고 간단한 편의시설을 만드는 데 1, 2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구의 간이야구장은 1루와 3루 쪽 객석이 각각 200석에 불과해 내년 제62회 황금사자기 고교야구대회 등 아마추어 대회는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여 대책 마련이 시급한 형편이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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