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화 감독 “20세대표 선수들 자발적 정신력 보여 희망”

  • 입력 2007년 9월 1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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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선수들의 가능성이 무한하다. 본선에서도 해볼 만하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아시아 최종 예선에서 쾌조의 3연승을 거둔 박성화(52·사진) 한국올림픽축구대표팀 감독. 그는 겉으로는 자신하지 않았지만 올림픽 팀의 본선행과 본선에서의 성적에 상당한 기대를 갖고 있었다.

핌 베어벡 감독의 사퇴, 홍명보 카드의 등장과 소멸 등 우여곡절 끝에 ‘올림픽호’ 선장이 된 박 감독. 그는 성인대표팀과 20세, 17세 청소년대표팀이 부진한 가운데 탁월한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 주며 올림픽 팀을 잘 이끌어 축구팬들에게 기쁨을 줬다. 12일 시리아전을 1-0 승리로 이끌며 올림픽 티켓 획득 가능성을 높인 다음 날인 13일에도 코칭스태프 회의를 주재한 그를 대한축구협회 감독실에서 만났다.

○젊은 피가 한국축구의 힘

박 감독은 팬들이 원하는 ‘공격 축구’를 하기 위해 20세 청소년대표팀에서 과감하게 7, 8명을 수혈해 베스트 11에 3, 4명을 투입했다. 주위에서 “너무 급격한 세대교체”란 우려도 있었지만 자신이 있었다. 2005년 20세 대표를 이끈 적이 있어 당시 선수(22세 이하)와 올해 20세 이하 선수들을 잘 비교할 수 있었다. 결과는 대성공. 신영록(수원 삼성)과 이상호(울산 현대) 기성용(FC 서울) 최철순(전북 현대) 등 20세 이하 선수들이 주전을 꿰차며 상승세에 큰 몫을 했다. 하태균(수원)과 신광훈(포항 스틸러스)도 뒤를 잘 받쳐 주고 있다.

“바레인과의 2차전(1-0 승)을 앞두고 아랍에미리트에서 전지훈련을 하며 나름대로 팀을 만들 수 있었다.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바레인전부터 내 뜻대로 한 경기였다.”

박 감독은 “20세 선수들이 기술과 정신력이 조화돼 잘 가꾸면 최종 예선은 물론 본선에서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차후에도 23세 이하와 20세 간의 주전 경쟁을 유도할 뜻을 비쳤다.

○세계 축구의 흐름은 선 안정 후 공격

박 감독에게는 ‘수비축구를 한다. 또 측면 공격 위주다’는 비난이 쏟아진다.

“사실 대표팀 밖에서는 잘 모른다. 선수 구성에 따라 공격 지향적이냐 수비 지향적이냐가 결정된다. 나도 전원 공격, 전원 수비를 강조하지만 선수 구성상 힘들다. 프랑스나 브라질 같은 세계적인 팀도 수비를 두껍게 한 뒤 공격에 나선다. 국제무대 같이 큰 경기에서는 허술한 수비로 한 골을 내주면 경기 자체를 망친다. 나는 ‘약점을 보완하기보다 장점을 살려야 발전한다’고 믿는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측면 공격을 잘한다. 중앙으로도 시도해야 하지만 잘하는 측면 공격도 살려야 한다.”

○자발적 정신력이 한국축구를 바꾼다

“우리 선수는 수동적이다. 유럽 선수들은 능동적이다. 유럽 선수는 90분을 뛰고 탈진해 나오고 우리 선수는 웃으면서 나온다. 그게 유럽 리그와 K리그의 차이다.”

한발 먼저 뛰고 볼을 놓쳤을 때 다시 뺏으려는 적극적인 모습. 박 감독이 선수들에게 강조하는 축구다. 박 감독은 “현 20세 대표 출신 선수들에게서 이런 자발적 정신력이 보여 희망이 있다”고 했다.

박 감독은 마지막 한마디를 강조했다.

“그동안 진짜 힘들었다. 과정이 어찌됐든 부산 아이파크를 맡은 지 17일 만에 팬들을 실망시키고 떠났다. 부산은 내게 영원한 짐이다. 그 짐을 덜기 위해 더 열심히 하겠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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