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건넌 1류들 “ML의 日流”

  • 입력 2007년 3월 31일 03시 19분


美프로야구 내달 2일 개막… 日선수 역대 최다 13명 주전 꿰차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 한국 선수들의 처지를 이보다 더 잘 표현한 말이 있을까.

메이저리그에서 한국 선수가 양적, 질적으로 일본 선수를 압도한 때가 있었다. 그러나 4월 2일 개막하는 2007 메이저리그를 앞두고 양국 선수들의 처지는 완전히 뒤바뀌었다.

○마쓰자카-이가와 가세에 이치로 등 건재

스프링캠프 때만 해도 8명의 한국 선수들은 주전 진입을 위한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역대 가장 많은 수였다. 그러나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은 것은 탬파베이의 2선발 자리를 꿰찬 서재응이 유일하다.

박찬호(뉴욕 메츠)는 ‘영건’ 마이크 펠리프와의 선발 경쟁에서 밀렸다. 김병현(콜로라도) 역시 조시 포그에 밀려 불펜으로 떨어졌다. 김병현은 이에 반발해 트레이드를 요구한 상황이다.

그나마 이들은 형편이 나은 편이다. 최희섭(탬파베이)과 추신수(클리블랜드), 백차승(시애틀) 등은 마이너리그 행을 통보받았고 나머지 선수들도 빅리그 잔류를 자신할 수 없는 상태다.

반면 일본 선수들은 올해 대대적인 ‘일류(日流)’를 일으킬 기세다.

기존의 스즈키 이치로(시애틀), 마쓰이 히데키(뉴욕 양키스)에 마쓰자카 다이스케(보스턴), 이가와 게이(양키스) 등이 가세하며 역대로 가장 많은 13명의 선수가 개막전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서재응만 선발 확정’ 한국과 뚜렷이 비교돼

포지션도 다양하다. 마쓰자카와 이가와는 선발 투수, 사이토 다카시(LA 다저스)와 오쓰카 아키노리(텍사스)는 불펜 투수다. 이치로와 마쓰이는 외야수, 이와무라 아키노리(탬파베이)와 이구치 다다히토(시카고 화이트삭스)는 내야수다. 포수로는 조지마 겐지(시애틀)가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한국과 일본의 세력 균형이 무너진 데는 이유가 있다. 한국 선수들은 예외 없이 국내 프로야구를 거치지 않고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이들은 마이너리그의 팜시스템을 밟아서 어렵게 한 계단씩 올라 메이저리그 문턱을 넘었다. 추신수 같은 선수는 실력은 있지만 연봉이 낮은 탓에 오히려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경우다.

반면 일본 선수들은 대부분 자국 리그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검증된 스타들이다. 당연히 미국에서도 처음부터 좋은 조건으로 계약하고, 많은 돈을 받는 만큼 기회가 주어진다.

불과 1, 2년 전만 해도 박찬호 김병현 서재응 백차승은 선발로 뛰었고 추신수와 최희섭은 야수로 그라운드를 누볐다. 한국인 빅리거들의 봄은 언제쯤 다시 올까.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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