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위해, 사랑을 위해 경주를 달렸다"

  • 입력 2006년 10월 29일 16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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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동아경주마라톤오픈 대회 참가자들이 대능원 지역을 지나고 있다. 홍진환기자
28일 동아경주마라톤오픈 대회 참가자들이 대능원 지역을 지나고 있다. 홍진환기자
28일 동아경주오픈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이상호 씨. 홍진환기자
28일 동아경주오픈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이상호 씨. 홍진환기자
28일 동아경주오픈마라톤에 참가한 신경섬유종을 이긴 사람들. 홍진환기자
28일 동아경주오픈마라톤에 참가한 신경섬유종을 이긴 사람들. 홍진환기자
"가족을 위해, 사랑을 위해 경주를 달렸다."

29일 천년고도 경주는 마라톤 열기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동아일보 2006경주오픈마라톤(경상북도 경주시 동아일보 공동주최)에 참가한 1만여 마스터스마라토너들은 가을 단풍이 물든 신라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경주에서 풀코스와 하프코스, 10m를 가족 연인들과 함께 달리며 사랑을 확인했다.

경북 구미에 사는 정광수(45)-정경희(42) 씨 부부는 아들 동욱(11), 동원(9) 군과 함께 달리며 가족애를 다졌다. 아빠는 하프, 엄마와 아이들은 10km를 완주했다. 지난해부터 경주오픈에 온 가족이 참가하며 사랑을 돈독히 하고 있단다.

‘천년고도’ 경주를 달린다

[화보]동아일보 2006경주오픈마라톤

경주에서 '원진'이란 부부마라톤동호회를 만들어 뛰고 있는 김명식(48)-최남숙(48) 씨 부부는 10km 내내 손을 맞잡고 달리며 부부애를 과시, 주위 사람들의 부러움을 샀다. 김 씨 부부는 2년 전부터 함께 10km에만 참가해 손을 잡고 완주하고 있다.

호주 시드니에 거주하는 롭 와일드(59) 씨는 울산에 사는 딸 엠 홀트(29)-사위 팀 홀트(34·현대중공업)부부를 방문했다가 함께 10km를 달려 괌심을 모았다. 와일드 씨는 "한국에 처음 왔는데 경주가 너무 아름다웠다. 딸 부부와 같이 뛰니 더 즐거웠다"며 활짝 웃었다.

스코틀랜드 출신 니콜라 우즈튜니크(30) 씨는 남자친구 류라이듬 맥믹컨(30·현대중공업) 씨와 뛰며 사랑을 확인했다. 우즈튜니크 씨는 10km, 맥믹컨 씨는 하프코스를 완주. 2002경주오픈에도 뛰었던 우즈튜니크 씨는 "한국 역사가 흐르는 경주는 자연경관이 너무 예뻐 뛰기에 좋았다"고 말했다.

또 대안학교인 영남전인학교(경북 울주군) 학생 24명은 10km를 달리며 건강을 다졌다. 이 학교 학생들은 매연 봄 가을 10km 단축마라톤에 출전하고 있다.

이날 경주오픈에는 풀코스 4536명, 하프코스 3116명, 10km 2361명 등 총 1만여 동호인들이 참가해 마라톤 축제를 벌였다.

한편 풀코스 남자부에서는 임대일(27·위아) 씨가 2시간29분46초, 여자부에서는 박성순(39·대전 서구 관저동) 씨가 2시간57분34초로 우승했다. 하프코스에서는 신중호(27·위아) 씨와 김애양(37·SNT대우) 씨가 각각 1시간12분28초와 1시간29분05초로 남녀부 우승을 차지했다. 10km에서는 김효상(35·대우조선해양·34분46초) 씨와 박미분(35·경산육상연합회·40분29초) 씨가 남녀부 정상에 올랐다.

천년고도’ 경주를 달린다

[화보]동아일보 2006경주오픈마라톤

"경주의 가을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죠"

"동아마라톤이 열리는 경주의 가을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죠."

1994년부터 매년 경주오픈마라톤에 참가했던 이상호(51·부산동래구청 비서실장) 씨는 몹시 아쉬워했다.

12년 째 이 대회에 참가했던 이 씨는 이번에도 참가신청을 했지만 구청에 급한 일이 생겨 처리하고 오는 바람에 공식적으로는 불참 처리됐다.

하지만 대회가 한창이던 이날 오전 10시 경 경주에 도착한 이 씨는 동래구청 소속으로 풀코스에 처음 도전한 여직원의 페이스메이커를 하면서 경주의 가을바람을 마셨다. 아쉬운 마음을 그렇게라도 달래고 싶었다는 것이다.

경주마라톤을 계기로 달리기를 시작한 이 씨는 그동안 각종 대회에서 풀코스 60회, 하프코스 70회를 비롯해 100㎞ 울트라 마라톤에도 12회를 완주했다. 지난해는 한반도 울트라마라톤에서 622㎞를 완주하기도 했다.

풀코스 3시간 2분대 기록을 가진 그는 "경주오픈마라톤은 계절과 코스, 교통관리 등 운영 면에서 완벽해 마라토너로서 꼭 뛰고 싶은 대회"라며 "'이번에 이루지 못한 서브3(2시간대 기록)의 꿈은 내년 3월 서울국제마라톤에서 꼭 달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경섬유종을 이기는 사람들

출발 총성이 울린 지 어느덧 1시간 35분.

동아일보 2006 경주오픈마라톤 10km는 물론 하프코스 출전 달리미들도 상당수 골인하고 있을 때 어린 꼬마 한 명이 힘겹게 골인지점을 들어오고 있었다.

노주현(6)군은 아버지 노재욱(33), 어머니 서세연(34) 씨와 함께 10km를 완주했다.

온 몸의 힘이 쭉 빠졌지만 주현 군은 금세 표정이 밝아진다.

"엄마 아빠랑 같이 뛰니까 재밌었어요."

주현 군의 얼굴 오른쪽은 눈에 띄도록 부어있다. '신경섬유종'이라는 희귀 난치병을 앓고 있기 때문. 신경섬유종은 종양이 신경계를 타고 전신에 번지는 무서운 병이다. 뇌종양, 척추측만증, 탈구 안면기형 등 합병증이 있지만 치료약조차 없다고 한다. 한국에도 2만여 명의 환자들이 이 병을 앓고 있다고.

이번 대회에는 이 병을 앓는 환자와 가족들의 모임인 '신경섬유종을 이기는 사람들'에서 13명이 참가해 10km를 모두 완주했다.

어머니 서 씨는 "한국에서는 신경섬유종이라는 병이 너무 안 알라져 있어요. 사람들은 특이한 외모만 보고 수근거리고 전염된다고 슬금슬금 피하죠. 이 병이 전염병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고 싶어요. 신경섬유종은 돌연변이나 유전으로 발현되거든요."

그들이 생각한 것은 마라톤을 함께 하는 것이었다. 지난해 경주 오픈마라톤을 시작으로 세 번째 출전해 모두 완주했다.

'동병상련'을 앓는 환자들이 모여 함께 뛰어 체력도 기르고 친목도 쌓을 수 있었다. 덕분에 신경섬유종을 적극적으로 국가와 사회에 알릴 수도 있었다.

서 씨는 "유치원에서도 처음에는 아이들이 주현이를 피했는데 약간 아플 뿐 자기들하고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아무 거리낌 없이 친하게 잘 지낸다"라며 "우리 사회 모두가 신경섬유종 환자들과 함께 살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천년고도’ 경주를 달린다

[화보]동아일보 2006경주오픈마라톤

경주=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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