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나라는 모두 프랑스어권 국가다. 토고는 독일과 프랑스 식민지를 거쳤다. 스위스에서는 프랑스어가 독일어 이탈리아어 로망어와 더불어 4개 공용어 중 하나다. 프랑스와 스위스는 인접해 있고 많은 토고 선수들은 프랑스 국내리그인 르 샹피오나에서 뛰고 있기에, 프랑스가 한국보다 스위스와 토고를 더 경계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프랑스에서 축구는 인종 화합에 적극 기여하고 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 국민전선 총재 장마리 르펜이 백인 선수로 이뤄진 팀을 구성하라고 에메 자케 감독에게 편지를 썼을 정도로 대표팀 내에는 흑인이나 아랍인 혼혈이 많다. 지네딘 지단, 티에리 앙리, 릴리앙 튀랑, 파트리크 비에라 등 많은 선수가 프랑스의 아프리카 식민지 출신 부모에게서 태어났거나 프랑스로 건너와 국적을 취득했다.
이들은 옛 식민지 출신 선수들을 자국민으로 적극 받아들이는 동화정책을 구사한 프랑스의 삼색기 아래 자신들이 뭉쳤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토고가 위치한 아프리카 대륙에는 ‘돈소마나(donsomana)’ 전통이 존재한다. ‘돈소마나’는 마술을 부리는 아프리카 수렵꾼의 이야기다. 매일 저녁 모든 수렵꾼은 ‘돈소마나’를 듣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다. 아프리카의 위대한 서사적 전통, 아프리카를 지탱하는 힘으로서의 주술과 마법이 이번 월드컵에서도 효력을 발휘해 토고 대표팀이 승승장구할 것이라고 그들은 믿고 있다.
토고에서도 축구는 화합을 의미한다. 토고는 인구가 450만 명에 불과하지만 부족 수는 40여 개나 된다. 주요 부족은 남부지방의 에웨족과 미나족, 중부지방의 코토콜리족, 북부지방의 카비에스족과 모바스족이다. 이 나라에서는 또 50개의 아프리카 방언이 사용되고 있다. 노예를 찾아 15세기에 유럽 상인들이 해안에 도착한 이후 포르투갈 덴마크 독일 프랑스 영국에 의해 차례로 유린된 나라. 평균수명이 50세에 불과한 이 나라의 슬픔을 달래줄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오직 축구뿐이다.
스위스 축구는 오늘날 독일과 프랑스 축구의 접합에 성공하면서 양쪽 국가에 대한 콤플렉스를 극복했다고 자부한다. 1980년대에 스위스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다니엘 장뒤푀는 흥미로운 분석을 내놓고 있다. 프랑스어권 스위스 지방에서는 화려한 기술, 테크닉과 속도가 더 중시된다. 독일어권 스위스 지방에서는 호전성, 체력과 진지함, 불굴의 의지와 훈련을 높이 산다. 이탈리아어를 구사하는 지역에서는 경기 결과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 |
이상빈 한국프랑스문화학회 상임이사 malraux21@hanmail.net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