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올림픽]“밥솥 좀 구할수 없습네까”북한 기대주 함봉실

  • 입력 2004년 8월 18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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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밥솥 좀 없습네까.”

북한 여자 마라톤의 기대주 함봉실(30·사진)이 아테네에서 ‘밥솥’을 찾아 나섰다. 북한 여자 마라톤팀 강성두 총감독은 18일 이봉주(34·삼성전자)를 지도하는 오인환 감독을 만난 자리에서 “어디 밥솥 좀 구할 데 없느냐”며 ‘뜬금없는’ 부탁을 했다. 아테네에서 밥솥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북한 마라톤 팀이 조리기구를 찾아 나선 것은 식이 요법 때문. 마라톤 선수들은 지구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흔히 식이요법을 한다. 먼저 사흘 동안 살코기 등 고단백질 식사를 한 뒤 다시 사흘간 고탄수화물을 섭취한 후 레이스에 나서는 것. 이렇게 되면 체내의 글리코겐 저장량이 극대화돼 지구력을 10∼20% 끌어올릴 수 있다.

고단백질은 보통 부드러운 쇠고기를 익혀서 양념하지 않은 채로 먹는다. 고탄수화물은 전복죽 찰밥 등이 일반적.

지난해 파리 세계 육상선수권대회에서 2시간25분31초로 북한 최고 기록을 세웠던 함봉실은 22일 아테네 북서쪽 마라토나스스타디움에서 여자 마라톤 레이스에 나선다. 북한 여자 마라톤 팀은 선수촌 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해 왔으며 함봉실은 그동안 다른 대회에 나갈 땐 식이요법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중요한 올림픽’이다 보니 이번에는 경기에 임박해 식이요법을 시도해 보겠다고 나선 것.

식이요법을 하려면 적어도 16일 아침부터는 했어야 할 텐데 18일에야 밥솥을 찾는 것을 보면 선수촌에서 사흘간 고단백질 섭취를 끝낸 것으로 보인다. 밥솥은 19일부터 사흘간 고탄수화물 섭취를 위한 것.

오 감독은 “갑작스럽게 식이요법을 시작하면 부작용이 올 수 있다”고 충고하면서도 “그래도 필요하다면 구해 보도록 하겠다”고 대답했다.

아테네=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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