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복싱선수권 출전 앞두고 맹훈련 김진화-이원미씨

  • 입력 2004년 4월 7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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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제주에서 열리는 전국여자복싱선수권대회에 각각 라이트급(60kg 미만)과 코크급(46kg 미만)으로 출전하는 서울대 복싱부 이원미씨(왼쪽)와 김진화씨가 7일 연습 중 파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
9일 제주에서 열리는 전국여자복싱선수권대회에 각각 라이트급(60kg 미만)과 코크급(46kg 미만)으로 출전하는 서울대 복싱부 이원미씨(왼쪽)와 김진화씨가 7일 연습 중 파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
“지난해에는 오른손 훅으로 금메달을 땄는데 이번엔 어떨지 모르겠네요.”

9일 제주에서 열리는 전국여자복싱선수권대회를 앞두고 막바지 연습에 한창인 서울대 복싱부 김진화씨(22·사회교육과 3학년).

키 159cm에 46kg의 가냘픈 체구지만 그는 지난해 대회에서 금메달을, 올 3월 대한아마추어복싱연맹회장배 전국여자복싱대회에서 은메달을 딸 정도의 실력파다.

하지만 2년 전 복싱부에 처음 가입할 때만 해도 그는 운동이라면 질색인 ‘몸치’였다.

“고등학교 때 체육이 너무 싫어 운동장 구석에 숨어 있었어요. 선생님들이 체육과목 때문에 내신이 떨어진다며 구박할 정도였어요.”

대학에 입학하면서 그는 ‘새로운 삶’을 살기로 결심하고 복싱부를 찾았다. TV에서 언뜻 본 복싱 장면이 멋있어 보였고 이왕 운동을 할 바에는 치열하고 격렬하게 하고 싶었기 때문. 그러나 복싱부 첫해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발바닥에는 온통 물집이 잡히고 운동을 마칠 때마다 다리근육이 뭉쳤다. 남자들이 많은 복싱부에서 자세연습을 하는 것이 어색하기도 했다.

김씨는 “지금은 맞아도 아프지 않고 질지도 모른다는 걱정부터 하지만 처음엔 연습하다가 한 대 맞고 울어버린 적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런 그를 링에 붙잡아 둔 것은 1학년 여름 연세대와의 친선 스파링. 여학생 복싱부원이 드물 때라 체급이 맞는 선수가 없어 억지로 출전한 경기에서 그는 링 위에 서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를 처음으로 맛봤다.

“정말 무서웠어요. 링 위에서 붕대 감고 글러브를 끼면서 상대를 마주보는 기분은 수능시험 보는 것보다 더 긴장됐죠. 그런데도 와, 이래서 링 위에 서는구나 싶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이 있었어요.”

이후 그는 복싱의 매력에 푹 빠졌다. 매일 2시간씩 연습에 매진하고 주말이면 북한산 인수봉에 올라 암벽등반을 하며 체력을 길렀다.

김씨는 “복싱은 내 20대의 삶에 큰 전환점이 됐다”며 “뭘 해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김씨와 함께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건축학과 3학년 이원미씨(24) 역시 “처음에는 미쳤느냐고 하던 친구들이 지금은 부러워한다”며 “복싱 덕분에 체중이 15kg이나 빠졌다”고 자랑했다.

“무하마드 알리의 딸인 라일라 알리가 멋있어 보여 복싱을 시작했다”는 이씨의 특기는 원투스트레이트. 다른 선수들과 합숙할 때 감독이 그만두라고 해도 끝까지 훈련을 마쳐 ‘악바리’라는 별명을 얻은 그는 “복싱 덕분에 소심하던 성격이 적극적이고 활발하게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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