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정점미씨 “마라톤은 축제… 즐기면서 달려요”

  • 입력 2003년 12월 31일 16시 53분


코멘트
《뉴욕에 뉴욕마라톤, 런던에 런던마라톤이 있다면 서울엔 ‘서울국제마라톤’이 있다. 1931년 첫 대회 이래 민족과 함께 달려온 동아마라톤이 ‘세계 시민의 축제 마당’으로 거듭난다. 3월 14일 서울 도심에서 열리는 2004서울국제마라톤대회는 세계 명문마라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무대. 동아일보사와 서울시가 함께 개최하는 이 대회는 이제 한국을 대표하는 마라톤이다.》

‘뛰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진행하는 사람도 모두 즐거운 마라톤축제.’

세계 명문 마라톤대회 ‘단골 참가자’ 정점미씨(43·창원마라톤클럽). 그는 2001년 보스턴, 2002년 런던, 2003년 일본 이브스키와 로테르담 대회를 뛴 마라톤 마니아다. 99년 경주에서 열린 동아국제마라톤 마스터스 풀코스에 처음 출전한 뒤 지금까지 풀코스만 19회 완주한 ‘베테랑’. 최고기록이 3시간11분31초로 국내 마스터스 톱클래스에 든다.

세계 유명 마라톤대회를 대부분 섭렵한 정점미씨는 “서울국제마라톤의 화려한 변신을 기대한다”며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창원=박영대기자

지난해 12월 말 경남 창원보조경기장에서 만난 정씨는 30대 초반 못지않은 날씬한 몸매를 자랑했다.

“동아마라톤이 서울마라톤으로 바뀐다니 정말 반갑네요. 이제 동아마라톤이 명실상부하게 대한민국 수도 서울을 대표하는 대회가 된 것 같아 기쁩니다.”

공연기획 등 이벤트 기획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정씨는 “마라톤대회는 문화축제 마당이며 좋은 여행상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올 서울국제마라톤에선 직접 뛰는 대신 창원의 남녀 정예 멤버 30명으로 ‘서울마라톤 드림팀’을 구성해 매니저(감독)로 나설 생각이다.

●마스터스들도 볼거리 제공을

“보스턴과 런던마라톤에 갔을 때 짜릿한 전율을 느꼈습니다. 뛰는 사람이나 응원하는 시민들이나 마라톤을 하는 게 아니라 축제를 즐기는 듯한 분위기였습니다.”

가장무도회에 온 것 같은 참가자들의 복장,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길가마다 손을 흔들고 소리를 치며 응원하는 모습 등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는 것.

정씨도 최근 한 대회에서 우스꽝스러운 ‘꼭두각시’ 차림으로 풀코스를 완주해 화제가 됐다. 마스터스들도 길거리 시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해야만 진정한 축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국내엔 아직 마라톤문화가 뿌리내리지 않아 당장 서울시민들의 많은 참여를 바라긴 힘들 겁니다. 하지만 풀코스를 뛰지 못하는 동호인들을 자원봉사자로 활용하면 저변이 점점 확대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서울을 세계에 알리는 여행 상품

“런던마라톤은 코스가 시내 관광명소를 고루 거치기 때문에 따로 여행할 필요가 없어요. 또 시내 곳곳에서 다양한 이벤트가 벌어져 대회가 열릴 때면 수많은 여행객들이 런던을 찾아요.”

런던마라톤은 그리니치공원, 템스 강, 타워브리지, 웨스트민스터 사원, 버킹엄 궁 등 런던의 명소를 고루 볼 수 있게 코스를 만들었다. 마라톤을 관광 상품화하기 위해서다.

“올 1월 일본 이브스키 마라톤에선 시장이 직접 외국 참가자들을 초청해 파티를 열어 줬어요. 유채꽃 사탕 등 지역 특산물을 선물로 주며 내년에 다시 참가해 달라고 하더라고요.”

정씨는 “서울은 역사적으로 유서 깊은 곳이다. 또 88올림픽과 2002월드컵을 통해 세계에 많이 알려져 있어 조금만 노력하면 아시아는 물론 전 세계에서 마라톤 마니아들이 몰려들 것”이라고 장담했다.

정점미씨는 요즘 ‘꼭두각시’ 차림으로 풀코스를 뛴다. 창원=박영대기자

●오차 없는 지원체계

“보스턴마라톤은 참가자 24명에 의사 1명꼴일 정도로 의료체계가 확실합니다. 참가자에게 조금만 이상이 있어도 곧바로 병원으로 후송해 종합검진까지 해 줍니다.”

런던마라톤은 참가자들의 수고를 덜기 위해 챔피언 칩을 일일이 풀지 않고 간단히 가위로 잘라 반납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또 많은 참가자들이 엉키지 않도록 3군데로 나누어 출발시키는 등 맘껏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창원=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107년’ 보스턴 마라톤 ‘최고 名家’

국제도로경주 및 마라톤협회(AIMS)에서 공인한 국제마라톤대회는 200여개에 이른다. 이 중에서도 뉴욕, 보스턴, 런던, 베를린, 시카고, 로테르담 등은 대표적인 명문대회로 꼽힌다.

남녀 세계 최고기록의 산실은 2003년 세계최고기록(폴 터갓 2시간4분55초)이 나왔던 베를린마라톤을 비롯해 런던(2003년 여자 세계최고기록 폴라 래드클리프 2시간15분25초, 2002년 할리드 하누치 2시간5분38초), 시카고(99년 할리드 하누치 2시간5분42초), 로테르담마라톤(98년 호나우두 다 코스타 2시간6분5초) 등. 이들 대회 조직위에선 굴곡이 적고 보다 평평한 코스를 앞다퉈 개발하고 거액을 들여 세계 톱 랭커들을 초청한다.

전통에서는 1897년 대회를 시작한 이후 무려 107년 동안 한번도 코스를 바꾸지 않은 보스턴마라톤을 따를 대회가 없다. 하트 브레이크 힐(Heartbreak Hill)’로 불리는 32km 이후 오르막 코스는 악명이 높다. 그러나 조직위는 “고통을 이기는 게 마라톤 정신”이라며 코스 변경을 고려하지 않는다.

참가자 수도 주요 기준. 베를린마라톤엔 4만 명, 뉴욕과 런던마라톤엔 3만명 이상이 세계에서 몰려든다.

반면 엄격하게 참가 자격을 제한(18∼34세 남성의 경우 개인 기록 3시간10분 이내)하는 보스턴 대회는 마스터스들에게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세계 주요 마라톤 대회
뉴욕보스턴런던베를린
창설연도1970년1897년1981년1974년
남자
최고기록
2시간7분43초
테스파예 지파르
2시간7분15초
코스마스 은데티
2시간5분38초
할리드 하누치
2시간4분55초
폴 터갓
참가자 수3만4000여명2만여명3만3000여명4만4000여명
우승상금10만달러
(약1억2000만원)
8만달러
(약9500만원)
5만5000달러
(약6600만원)
3만유로
(약4500만원)
참가비미국인 80달러,
외국인 100달러
미국인 95달러,외국인 105달러55파운드신청일에 따라50∼90 유로

정재윤기자 jaeun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