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폴란드전 승패]골키퍼 손에 달렸다

  • 입력 2002년 6월 3일 18시 36분



개막전 승리를 이끈 세네갈의 일등 공신은 프랑스의 파상 공세를 막아낸 GK 토니 실바였다. 나이지리아가 강력한 우승후보 아르헨티나를 맞아 한골차 패배로 선방할 수 있었던 것도 소나기 슛을 막아낸 GK 아이크 쇼룬무 덕이었다. 반면 파라과이가 다 잡았던 승리를 놓친건 칠라베르트 대신 출전한 GK 리카르도 타바레이 때문이었다.

이처럼 월드컵 본선 1라운드에서 숨가쁜 살아남기 경쟁을 펼치고 있는 각국 대표팀이 골키퍼 손에 ‘웃고 울고’ 있다.

4일 첫 승 사냥에 나서는 한국과 폴란드도 마찬가지.AFP는 3일 한국-폴란드전을 전망하면서 “한국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간판 골키퍼로 활약하고 있는 예지 두데크를 넘어야만 첫 승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만큼 폴란드 대표팀 전력에서 두데크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분석이다.

특히 폴란드 수비라인의 아킬레스건은 느린 발이다. 한국의 빠른 좌우 측면돌파에 속수무책 당할 수 있다. 그럼에도 예지 엥겔 감독이 승리를 확신하는건 유럽예선 7경기에서 단 4실점에 그친 공로로 간판 스트라이커 올리사데베를 제치고 2년 연속 폴란드 ‘올해의 선수’로 선정된 두데크의 거미손을 믿기 때문이다.

두데크가 전원 공격으로 압박해 들어오는 한국의 예봉을 적절히 차단한다면 오히려 날카로운 역습 찬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한국은 마지막까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운재와 김병지의 기량이 모두 절정에 올라있어 누구를 수문장으로 세워야 할지 판단이 쉽지 않다. 순간 스피드가 뛰어난 올리사데베의 기습 슛을 봉쇄하기에는 순발력이 뛰어난 김병지가 적격이다. 하지만 최근 며칠동안엔 이운재가 좀 더 나은 컨디션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실수 줄이기다. 최근 8차례 평가전에서 5실점에 그친 최종 수비라인이 역대 어느 월드컵때보다 강력한 방어벽을 형성하고 있는 만큼 실수를 최소화 한다면 누가 나서든 유럽 최고의 골키퍼중 하나로 꼽히는 두데크와의 기량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 전망이다.부산〓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히딩크 또 해낼까?

“과연 히딩크 감독이 해낼까.”

거스 히딩크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이 4일 부산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폴란드전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다.

히딩크 감독은 98프랑스월드컵때 네덜란드를 4강에 올려놓았고 스페인 최고의 팀 레알마드리드를 이끌었던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세계적인 명감독. 그런 그가 지난해 초 아시아의 작은 나라 한국의 월드컵대표팀을 맡았을 때 전세계 축구전문가들은 의아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월드컵 본선에 5번 진출하도고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한국을 맡아 자칫 명성에 큰 오점을 남길 수도 있는데 왜 그런 결정을 했느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그로부터 1년 6개월. 히딩크 감독은 온갖 어려움속에서도 ‘월드컵 16강’이란 국민염원을 이뤄주기 위해 한국팀을 자기철학대로 이끌었다. 그리고 전력을 한계단 업그레이드 시켰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그러나 월드컵이란 무대는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니다. 폴란드전을 앞두고 세계의 유력 언론들은 물론 지구촌 축구팬들이 한국전에 잔뜩 관심을 쏟는 이유중 하나가 월드컵을 통해서 이런 히딩크 감독의 ‘실험’이 과연 성공했는지는 확인하고 싶기때문이기도 하다.

히딩크 감독 개인으로서도 그 어느 때보다 폴란드전에 모든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폴란드전에 따라 자신의 ‘이름값’이 달라질 수 있기때문이다. 성적으로만 평가받는 냉험한 승부의 세계에서 ‘히딩크 사단’이 16강에 진출한다면 히딩크 감독은 “역시 명감독”이란 평가를 받을 게 뻔하다. 당연히 여기저기서 와달라는 요청이 쇄도할 것이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상정할 수 있다.

히딩크 감독이 이번 월드컵이 끝난 뒤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바로 한국축구의 명암과 직결된다.

부산〓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한국팀 스피드 막을 비책있다”

“한국전 대비책은 충분히 세웠다.”

한국과의 월드컵 D조 조별리그 첫 경기를 위해 3일 부산에 도착한 예지 엥겔 폴란드 감독은 “한국과의 경기는 스피드가 승패를 좌우할 것”이라며 “승리를 위한 비책이 마련돼 있다”고 밝혔다.

엥겔 감독은 이날 오후 폴란드 대표팀을 이끌고 부산 해운대구의 웨스틴조선비치호텔에 도착, 첫 경기를 앞둔 공식 인터뷰를 가졌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100여명의 국내외 취재진이 몰려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엥겔 감독은 폴란드 축구협회장 미하우 리스키비츠, 수비수겸 주장 토마시 바우도흐, 골키퍼 예지 두데크와 기자회견장에 함께 나와 영어 질문을 선수들에게 통역해주는 등 시종 여유를 보였다.

다음은 엥겔 감독과의 일문일답.

-한국전 전망은.

“어려운 경기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은 매우 잘 준비된 팀으로 팀워크도 좋다. 한국 ‘붉은악마’의 응원도 부담스럽다. 최선을 다하겠다.”

-한국팀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한국은 빠르고 공격적인 팀이다. 수비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충분한 대비책을 마련했다.”

-D조 전망은.

“한국을 비롯해 포르투갈, 미국 등 4팀 모두 비슷한 실력을 갖췄다. 각 팀에게 모든 가능성은 열려있다. 한국과 폴란드가 16강에 올랐으면 좋겠다.”

-폴란드팀 전력은 어떤 상태인가.

“최상이다. 전술, 팀워크, 선수구성 및 컨디션 등 모든 면에서 전력이 크게 향상됐다. 폴란드 선수 대부분은 유럽 무대에서 활약한 경험을 보유해 월드컵 무대에서도 충분히 능력을 발휘할 것이다.”

-최근 친선경기에서 부진했는데.

“일본과의 친선경기는 좋은 경험이 됐다. 한국이나 일본은 유럽과는 플레이 스타일이 많이 다르다는 점에서 실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폴란드 팀은 전통적으로 친선경기보다는 큰 경기에서 강하다.”

부산〓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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